▲ 현산면 읍호리 입석.
▲ 현산면 읍호리 입석.

지난 2월 9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남긴 여운이 여전하다. 송승환 감독은 우리 문화를 가지고 개막식 무대를 기획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공연무대에서 잠깐 스크린을 스쳐간 고구려 벽화 속 인면조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성화를 피워 올린 달항아리 또한 독특한 아이디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수화 김환기 화백은 1950년대 조선 백자를 그림으로 그려 파리에 있는 미술관에 전시했다.

이 달항아리는 전 세계 예술계를 홀린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 사진계에도 백자를 모티브로 창작에 몰두한 사진가가 있다.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이다. 그의 작품을 두고 초기에 국내에서는 혹평이 많았다. 정작 그의 예술혼을 처음 알아준 사람은 일본 큐레이터다. 조선 백자를 핑크빛으로 작품화한 작가 의도를 일본인 예술기획가는 단박에 알아챈 것이다. 일본에서 전시회가 열린 후에야 한국 예술계는 비로소 조선 백자를 '규방의 여인'으로 표현하기 위해 핑크빛으로 보이게 했던 이유를 받아들이게 됐다.

구본창은 사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기록정신에 충실한 사진가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14년 그는 '공명의 시간을 담다'라는 책을 냈다. 자기 작품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리기 위해 활자를 빌린 것이자 세상과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를 작품화한 '백자'와 '탈'은 해외까지 널리 알려지며 그의 대표작이 됐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기록한 우리 문화가 세계 많은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대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일상의 모든 것을 특별하게 보는 능력을 가졌다. 그는 강의 때 늘 작가의 시선을 얘기한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특별한 것을 평범한 시선으로 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을 특별한 시선으로 담아낼 줄 아는 것'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사진과 미술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작가로서 갖춰야 할 스스로의 가치를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문화자원이 풍부하다. 길을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선사시대 유적은 물론 수많은 역사 이야기가 그렇다. 이런 문화자원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대부분 연구 목적으로 만든 자료 속의 활자로만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활자 속의 문화자원을 우리 시선 안에 불러내 가치 있는 자원으로 재발견 하는 것은 사진 예술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 문화를 올림픽 무대에 올린 송승환 감독과 그것을 사진에 담은 작가 구본창의 작품은 얼핏 보면 평범하면서도 그 발상이 대단하다. 이들은 우리에게 '대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각인시켜 준다. 그들 작품 세계를 탐독하면서 나도 주변의 것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또한 지역 예술가들이 우리지역의 문화자원을 특별한 시선으로 작품에 표현한다면 우리 정신문화 수준도 한 단계 높아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작품화할 것인가 보다는 어떤 시선으로 작품화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정지승의 사진교실 535-2623>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