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이제 8일 후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 추석이다. 올해는 이른 추석으로 햅쌀로 송편 빚기는 어렵겠지만 정성껏 만든 음식으로 조상에 제사 지내고 성묘를 다닐 것이다.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친인척,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과 인생살이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푼다.

언제나 이때쯤에는 하루가 다르게 누릇누릇 익어가며 고개를 숙이는 성숙한 황금 들녘을 보면서 어릴 때의 추억과 덧없이 흘러가는 인생살이에 대한 아련한 상념을 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예전과 비교하면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며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한숨 쉬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아직도 주변을 자세히 살피면 세상살이에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분들도 많다. 우리 해남에도 가구소득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쳐 생계비 보조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가 5000명이 넘는다.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인류가 물질 중심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자연을 착취해 생태계를 파괴해온 결과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을 겪으면서 지구상에서의 인간의 멸종 가능성을 상상한다.

또한 한국 사회는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사회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한국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불안도 심각하다. 거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과 북한의 핵무기를 둘러싼 문제로 한국의 생명 평화의 존속 여부도 큰 불안 요인이다.

새 정부 들어 이러한 불안 요소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정부로서 능력을 앞세웠지만 그 능력이 기득권과 독점, 세습과 상속에 바탕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능력주의는 봉건사회의 특징이며 폭군이다. 특히 농촌지역인 해남의 경우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고 기후재앙으로 인해 식량 위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에도 수확기를 앞둔 지금 쌀값이 폭락하여 엊그제 수백 명의 농민들이 쌀값 폭락 긴급대책을 요구하는 서울 농민시위에 참여했을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약육강식, 승자독식이라는 원시 정글사회의 경쟁이 판치는 사회다. 돈이 생활의 방편이 아니고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는 물신숭배의 사회가 되었다. 옛날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훨씬 풍성함에도 요즈음 사람들은 점점 더 다른 사람과 어려운 이웃들을 잊고 산다. 이웃과 나누지도 않고 자기와 가족 등 핏줄만을 위해서 살아간다.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불안과 위기에 대한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성찰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주어진 대로가 아닌 생각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답게 사는 첫걸음으로 추석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담긴 송편 하나라도 나누었으면 한다.

이러한 의미 있는 조그마한 '이웃생각'과 '이웃나눔'이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정신적 가치를 무시하고 물신숭배 의식과 무한경쟁만이 살길이라고 부추기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이 불행해지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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