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용맹한 호랑이해인 임인년 설 명절이 지나고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정치적 동물이다. 코로나 사태를 2년 넘게 겪으면서 보고 싶은 사람 만나기, 먹고 싶은 음식 나누기와 마음 편한 여행 등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 그 결과 소상공인 등 어려운 생존 조건에 처한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인 불안과 우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 인간은 혼자서가 아닌 사람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회적·정치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세월이었다.

지난해 11월 주목할 만한 국제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라는 여론조사 기관이 우리나라 등 17개 선진국 약 1만9000명을 상대로 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라는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1위로 선택했다. 14개 국가가 가족을 1위로 뽑았고 물질적 풍요는 5위 정도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과 원인은 코로나라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생존조건 악화와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불평등의 심화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일상생활 내용은 정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앞으로 5년 동안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기초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미래 비전을 갖고 이를 실현할 수단인 정책을 신념화한 사람이어야 한다.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대선판은 어지럽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불평등 해소 정책 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대선보다 비호감이고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의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농어촌인 우리 지역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국민의 식량안보 산업인 농업이 파괴되어 식량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야 뒤늦게 대선후보들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업·농촌 예산을 올리겠다는 농업·농촌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약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발표하고 있지 않아 농업·농촌 공약은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될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성과 신앙,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이번 대선이 "이성과 공익의 상실, 그로 인해 민주주의와 공동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정의로운 선거를 촉구하기에 이르렀을까.

남은 선거기간이라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자기와 자기편만 옳다는 확증편향과 팬덤정서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인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 대응하지 않으면 대선이 끝나고 서로의 증오와 편가름이 심해져 어지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필수적인 자유와 평등은 멀어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행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현 정부가 정치·사회·경제개혁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촛불정신을 실현하지 못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적 동물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인간으로서 상생과 평화의 새로운 문명사회를 여는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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