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 (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20년 언론사 생활과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도 받았으니 지역사회에서는 언론전문가라고 우겨도 통할만 하지만 요즈음의 언론 환경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특히 그 변화속도를 못 따라가는 것을 생계 활동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으니 궁색하다.
어느 날 갑자기 ‘레거시미디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는 즐겨 쓰고 있다. 레거시라는 단어는 유산, 물려받은 것, 과거의 흔적이라는 뜻이며 개인이 남긴 유산이나 과거의 시스템, 기술, 문화 등 과거에서 남겨진 것을 의미한다.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구식미디어라는 뉘앙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레거시미디어는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기존의 대중매체다. 정보가 미디어에서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며 독자나 시청자, 청취자의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우며 반응속도 또한 느리다. 방송시간, 매체 발행 일정에 따라 정보를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그래도 오랜 역사와 공신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뉴미디어는 인터넷과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유튜브, SNS, 블로그 등이 있다. 이용자와 미디어 간에 실시간 상호소통이 되는 쌍방향성으로 댓글, 좋아요, 공유 등 빠른 피드백이 이뤄진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해서 공유할 수 있으며 시간과 장소에 제한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이용자가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다. 가짜뉴스와 아니면 말고식 보도도 많다.
일부 레거시미디어의 불신으로 오랜 역사가 훼손됐으니 유튜버들은 신이 나서 즐겨 쓰고 있으며 언론 불신은 생존의 위기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신문과 방송마다 유튜브와 결합을 통해 위기탈출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취율 11분기 연속 1위를 달리는 MBC의 권순표의 뉴스하이킥도 방송시간만큼 많은 이들이 유튜브를 통해 TV방송처럼 보고 듣는다. 선거판에서도 유튜브의 위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기존 언론에만 의존하지 말고 유튜브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역대 선거가 레거시미디어의 겉으로는 객관적 중립을 표방하면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삐뚤어 버리는 행태로 치러졌다면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쌍방향으로 전달하는 유튜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유튜브가 신문과 방송을 더한 점유율과 같았다하니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후보들이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유튜브에 출연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출연했던 ‘매불쇼’는 구독자가 253만명이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도 210만명이었다 한다. 이 후보는 유튜브나 SNS가 없었으면 나는 언론에 가루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 후보 차량에 함께 탄 유튜버가 생방송으로 “1976년의 소년공 이재명을 2025년의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눈물지으며 “그냥 꼭 안아주고 싶어요”라고 대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현재진행형인 검란도 레거시미디어의 업보가 계속된다. 일부 검사들이 반발하고 일부 레거시언론이 받아쓰고 야당이 떠들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이제는 일부 유튜브 방송이 분석하고,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추석 때 현수막 홍수를 보고 벌써 지방선거가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지역신문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입지자들을 소개했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에도 입지자들이 포스팅을 활발히 하기 시작했다. 이제 정치인들의 페이스북 정치도 일상화됐다. 페이스북 활동을 유난히 열심히 하던 사람이 입지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단지 해남지역에서는 유튜브 활동은 미미하다. 아마 초고령사회이니 조직으로 선거를 치를 셈인가 보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해남을 알리는 지역민이 많았으면 한다. 그것이 해남에 수많은 미디어가 탄생하는 것이고 땅끝이 아니라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