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내 순환버스 도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해남군은 또다시 용역 카드를 꺼내들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얘기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공론화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사이 타 자치단체에서는 지자체 직영 전기마을버스, 농촌형 자율주행버스, 수요응답형 버스 등으로 생활밀착형 교통복지를 실현해 내고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1월부터 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20~40분 간격으로 복지관, 시장, 병원, 관공서 등을 지나는 6.7㎞ 구간에 읍내 순환버스를 도입했다. 하루 평균 이용자는 50여 명으로 운행 구간이 넓지 않아 택시업계의 반발도 없다고 한다.
충청남도 서산시는 버스 노선이 취약한 3개 읍면 지역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마을회관 등을 승강장으로 설정하고 버스가 필요할 때 앱 등으로 호출하면 배차하는 수용응답형 교통체계를 도입했다. 하루 평균 146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성주시는 전국 최초 지자체 직영의 전기마을버스를 운영 중이다. 4개 노선에 7대의 마을버스가 투입돼 평일에는 200여 명, 주말에는 7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해남군도 순환버스 검토에 들어갔다. 노선 전면 개편과 관련한 용역을 실시하면서 순환버스 도입을 검토한 결과 읍과 가까운 면지역을 오가는 군내버스의 노선을 연장해 군청이나 5일시장, 병원 등을 경유하는 방안으로 올해 안에 시범운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담당자가 바뀌고 택시업계 반발 등으로 시동도 걸지 못한 채 내년에 용역을 다시 하기로 하는 등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택시업계에서는 해당 노선에 버스가 아닌 순환택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지만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또다시 용역만 되풀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남읍 구교리에서 해리까지 걸어서 30분이 넘게 소요될 정도로 해남읍 상권은 확장된 지 오래다. 대중교통이 없어 학생과 어르신 등 상당수 교통약자들은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읍내 도로는 자전거가 다니기 적합하지 않다.
읍내권 대중교통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주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해남군이 움켜쥐고만 있어서는 결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이해관계가 엉켜있는 문제다 보니 모두를 만족시킬 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젠 과감히 실행해 볼 때다. 우리보다 먼저 순환버스를 시작한 자치단체를 참고하고 지역사회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험운행부터 시작하자. 이후 하나씩 보완해 나가 해남형 대중교통 모델을 만들어 가자. 논의만 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