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실시한 용역들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이 사업을 왜 해야하는지 타당성을 확보코자 용역을 실시해 놓고 사업을 포기해 결국 용역예산이 증발하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이 해남군의회에 제출한 군정질문 자료를 살펴보면 용역을 실시한 후 포기했거나 중단한 사업이 지난 4년 간 12건, 예산으론 18억원에 달했다. 식품특화단지 2지구 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 등에는 무려 12억3000만원이 투입됐지만 사업부지가 3배 가까이 줄어들면서 조성원가는 2배 이상 치솟아 사업을 포기했다. 건축설계는 목적과 내용에 따라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나뉘지만 절차와 시간을 간소화하고자 해남군이 통으로 발주하면서 더 막대한 용역비가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스테이션H’사업, 수산양식기자재 클러스터 등도 재원 부담과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용역을 실시해 놓고 또 다시 용역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읍내 순환버스는 해남군이 지난해 노선 개편 및 대중교통 개선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면서 타당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올해 안에 기존 군내버스 노선에 터미널과 군청, 시장, 학교 등을 연결하는 노선을 연장해 시범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 반발과 담당자 인사이동 등으로 시동도 걸지 못하더니 내년에 다시 용역 실시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물론 용역 결과가 당초 목표로 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면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더 큰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과감한 포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해남군이 용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용역은 사업의 실패 확률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 주지만 만능은 아니다. 특히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군의 입맛에 맞춰 결과가 나오는 용역이 많다는 비판이다. 타당성에 우려가 크지만 사업추진을 위한 짜맞추기식 용역,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자 실시하는 용역, 보여주기식 용역은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 과도한 용역 문제에 있어 예산을 통과시켜준 군의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예산만 쏟아부으며 용역사에만 맡기는 방식도 안된다. 해남군 용역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명시된 공무원 용역 참여제, 지역전문가 참여제 등을 적극 활용하자.
용역의 문제점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이참에 공직사회내 관행을 뜯어고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