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량 (해남군청 안전교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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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캠페인 문구가 있습니다.

“푸른 신호등, 먼저 가시지요.”

양보와 배려의 한마디가 교통사고를 줄이고,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만들자는 메시지였습니다. 지금 해남군이 처한 교통 현실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군은 2017년 22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를 2024년 10명으로 줄이며 꾸준한 성과를 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습니다. 8월말 기준 사망자가 이미 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3분의2를 차지하고 농기계 단독사고와 보행자 사고가 크게 늘었습니다. 행락철 교통량 증가와 안전부주의로 인한 단독사고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숫자가 보여주듯 교통사고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모님이, 이웃이 그리고 내 가족이 언제든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나설 때입니다.

해답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생활 속 기본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잠시 멈춰 “먼저 가시지요”라고 양보하기, 밤길에는 밝은 옷과 모자를 착용하기, 농기계와 이륜차는 반드시 조명등을 켜고 서행하기, 운전할 때는 절대 음주·과속·딴짓하지 않기 등. 이 작은 습관들이 소중한 생명을 지킵니다.

우리 군은 오는 11월까지 교통사고 예방 총력 대응 기간을 운영합니다. 

마을 경로당을 찾아가는 어르신 교통안전 교육, SNS와 이장회의를 통한 홍보 그리고 군민 모두가 참여하는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행정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통사고 없는 안전한 해남을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군민 여러분입니다.

이제 다시 “먼저 가시지요” 문화를 우리 모두의 생활 속에 되살려야 합니다. 양보와 배려의 작은 마음이 모이면 교통사고는 반드시 줄어듭니다. 교통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무이며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오늘부터 약속합시다. 안전운전, 안전보행, 안전농기계. 그리고 양보와 배려의 한마디, “먼저 가시지요.” 이 작은 실천이 해남을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고장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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