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순위 상위권에 꼽히는 대기업들이 해남에 투자 의향을 밝혀 지역사회가 고무적이다.
삼성SDS를 중심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KT 등이 함께하는 컨소시엄은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를 사업대상지로 정부의 2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공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S그룹은 자회사인 LS머트리얼즈와 LS마린솔루션을 통해 해남군에 해상풍력 핵심 전진기지를 구축코자 전남도, 해남군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정부 주도로 글로벌 AI기업인 오픈 AI와 SK가 추진하는 데이터센터도 해남 기업도시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진단 지정 결과에서 각각 재계 1위(삼성), 2위(SK), 15위(LS)에 오른 기업들이다.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 공모 선정 등 갈길이 많이 남았다. 특히 경영진이 해남에 투자 의향을 밝혔지만 근로자들의 반대로 투자가 무산됐던 경험을 가진 해남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도시와 먼 지리적 여건상 그동안 기업들의 눈 밖에 있던 해남군으로서는 잇따른 호재임이 분명하다. 기후위기를 겪으며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위한 RE100이 강조되면서 그동안 에너지 공급지역이던 해남을 에너지 소비지로 전환해야 하는 명분도 있다.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된 수백개의 송전선로 신규 건설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흔히들 해남을 아껴놓은 땅이라고 한다. 이 말은 그동안 각종 개발과 투자에 밀려 낙후된 지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남은 지난 2010년 인구 8만선에 이어 10년 만인 2020년 인구 7만 마저 무너졌다.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소멸위기를 해남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도 한 해 평균 1000여명의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들은 해남에 좋은 일자리가 없어 떠난다고 말한다. 반면 해남군내 기업들은 일할 청년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시골마을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마을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사도 쉽지 않아 간척지 농지에 추진 중인 태양광 발전사업에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힘들여 농사 지어 거둔 수익보다 가만히 앉아 얻는 태양광 수익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량 안보상 무분별한 농지 개발은 분명히 지양돼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떠나려는 청년을 붙잡고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는 연관 기업들의 연쇄 투자가 뒤따를 수 있다.
아껴놓고만 있어서는 지역소멸 위기를 막을 수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침체된 지역경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