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 (해남군 건설도시과장)
지난달 27일 오전 8시 33분, 해남 땅에 처음으로 기차 소리가 울려 퍼졌다. 1899년 9월 18일, 경인선 개통으로 대한민국 철도 역사가 시작된 지 126년 만의 일이다. 이 순간은 해남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착공 후 무려 23년, 목포~보성선 공사는 대한민국 철도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이 소요된 공사로 기록됐고 군민들이 느꼈을 기다림과 기대는 결코 짧지 않았다.
목포보성선의 모든 역 중 목포역과 강진역을 제외한 나머지 역은 무인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무인역에는 대한민국 기차역 중에서도 가장 많은 최첨단 스마트 기술이 도입돼 있어 원격으로 역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다.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노선 중심에 있고 목포보성선은 단선 구간이기 때문에 상행과 하행 열차가 안전하게 교행하기 위해서는 노선 중간에 자리한 강진역에서 교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아쉽지만 해남역이 무인역이 된 이유이다. 무인역에서 무인발급기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열차표 구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땐 우선 열차에 탑승 후 열차 내에서 철도승무원에게 열차표를 구입하면 된다.
해남군은 이번 철도 개통을 단순한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2026년 마산~부전 간 철도 연결이 완료되면 순천에서 KTX로 환승 후 부산까지 더욱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2030년까지 전철화가 완료되면 해남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해남군은 광주, 서울까지 철도가 연결될 수 있도록 ‘호남고속-목포보성선 연결선’ 사업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서울~제주 고속철도’ 사업까지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땅끝’, ‘멀다’는 말로 불리던 해남은 이제 ‘기차가 다니는 곳’, ‘가까워진 해남’으로 인식의 전환이 시작됐다. 교통 접근성의 개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인구 유입과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는 핵심 인프라다. 해남역은 일평균 이용객이 200명을 넘을 경우 유인역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역무실을 갖춘 상태다. 해남역을 유인역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해남은 이제 그 기회의 문을 연 지역이다. 해남역은 단지 기차가 서는 장소가 아니라, 지역 미래를 바꾸는 이정표다. 이 소중한 시작을 지역의 성장과 연결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