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잘사니즘’ 실현·미래 사업 제시
특별한 내용 없고 예산 대책도 부족해 
소통과 협치 통해 지역 여론 반영 필요

해남군이 농어촌수도 해남 비전을 구체화하고 적극 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특별함이나 예산 대책, 지역 여론 반영도 부족해 자칫 선언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어촌수도 해남 비전은 농어촌 소멸 위기와 인공지능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농어촌 대전환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통해 군민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농어촌 잘사니즘’ 정책 추진을 골자로 하고 있다. 

농어업과 문화예술, 에너지를 주제로 새 정부 국정과제와 연계해 미래농어업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업, 푸드테크와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기후변화대응 클러스터 조성, 농어업 연구기관과 기업 유치, 대표 브랜드 육성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문화관광휴양 분야에서는 마한 역사문화권 복원과 세계화, 서남권 해양·스포츠 콤플렉스 단지 조성, 2031 국제정원 박람회 개최를 그리고 신성장동력 분야에서는 솔라시도 AI슈퍼클러스터 허브 구축, RE100 산단과 AI 에너지 신도시 조성, 수도권 공공기관과 국제학교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 SOC 분야에서 해남-광주간 2단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경전선 연결선 구축, 주민 중심의 교통체계 운영을 그리고 인구보건복지 분야에서 의료와 요양, 복지를 연계한 통합 돌봄 체계 구축과 청년친화도시 조성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군은 11월이나 12월쯤 농어촌수도 비전 선포식을 갖고 민선 9기 군정 전반에 중장기적 과제로 준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포장만 있고 알맹이가 없다거나 특별함이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어촌수도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함이나 군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없고 기존에 발표된 내용을 짜맞추기 하는 식인데다 7년 동안 뭘 하고 있다가 군수 임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려 하는 거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내년 군수 선거 출마예정자 A 씨는 “가공·생산 기반 시설은 부족하고 농민이 직접 생산하고 가격 결정과 유통에 참여해 수익을 가져가는 인프라도 없는데다 식품특화단지 2지구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좌초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솔라시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기업 위주의 사업만 추진하고 있어 오히려 에너지밸리 수도라고 부르는 게 나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담팀과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비전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지역 여론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

이무진 해남군 농민회장은 “공무원들이 만들었거나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에 교수 등 자문을 받아 당사자인 농어민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농민회 집행부나 회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갖고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협치가 중요한데도 관료화된 행정과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숙제이다. 군은 이미 확정된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수요가 없거나 군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긴축재정 등을 통해 농어촌수도 해남을 위한 미래사업의 장기적인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행정의 연속성 문제는 둘째치고 이 또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 확대나 아예 정부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는 이상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사업별로 보다 구체적인 예산확보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어촌수도 해남 비전이 속 빈 강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군이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한다고  날을 세우거나 시간에 쫓기기보다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보다 많은 대화와 의견수렴을 거친 뒤 더 나은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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