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웅 (광주환경운동연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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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이 ‘농어촌수도 해남’ 비전을 선포했다. 해남의 미래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담대한 전략이다. 이는 해남군정 이래 최고의 의제이자 담론이라 할 수 있다.

잠깐 수도의 의미를 살펴보자. 수도란 한 국가의 정치·외교·행정·경제 분야의 핵심도시·중심도시란 용어다. 그리고 최근 지자체들이 선포하는 수도용어는 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돌이켜 보건대 명현관 군수는 지난해 7월 ‘기후변화대응 농업수도’ 비전을 제시했다. 내용인즉 국립농식품기후변화센터와 해남농업연구단지(60㏊규모)를 기반으로 한다는 농업수도이다. 당시 수도 비전 제시는 일면 타당성이 있고 선언적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이번 농어촌수도 해남 비전 선포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학교수들과 협의하는 등 작심하고 선포한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시각엔 성급함과 약간 아리송한 과욕이 엿보인다. 이에 우려되는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군민·군청공무원·군의회와의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다. 이 세축은 농어촌수도 조성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여야 한다. 그래서 이 세축으로 하여금 해남수도 비전에 대한 당위성과 협동의지 그리고 성공예감을 공유토록 함이 첫 번째 순서다. 뒤늦은 공청회는 요식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래서 추진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둘째, 농어촌수도 비전 조성을 위한 예산확보가 불확실하다. 예산확보가 불투명한 비전이나 정책은 재고 또는 삼고해야 한다. 해남군의 재정현황은 조금씩 악화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자면 재정안정화기금이 반토막 이상(2019년 1500억원에서 2025년 9월 현재 650억원 예상)으로 감소했다. 또한 군예산편성의 건정성을 가늠하는 예비비편성도 0.38%(예비비편성을 총예산대비 1%로 책정함이 건정성 예산임)로 하락했다. 0.38%의 예비비 편성은 전남도 지자체들의 최하위권에 해당된다. 

물론 농어촌수도 비전이 해남의 미래먹거리를 확실하게 담보한다면 지방채 발행을 단행해서라도 실행할 수 있다.

셋째, 농어촌수도 비전을 조성할 경우 해남군이 지닌 강점·약점·기회·위험 요인을 사전에 간단하게라도 스크린 함이 좋을 것이다. 해남군이 처한 인적·재정적·사회적·지리적 여건을 분석해 조성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작성하는 일이다.

넷째, 농어촌수도 비전은 장·단기적 과업이다. 따라서 군수가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과업이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전준비가 미흡한 수도 비전은 군수가 바뀌면 슬그머니 중단되기 딱 좋은 사업이라 판단된다.

다섯째, 농어촌수도 조성은 질적·양적으로 높은 수준의 행정력이 요구된다. 현재 해남군 행정여건은 과부하 상태일 것이다. 이제 농어촌수도 조성업무가 추가된다면 군행정의 초과 부하 상태가 뻔해 보인다. 행정의 과부하는 사업의 질과 완성도가 저하되기 마련이다.

지역소멸, 기후위기, 정주여건 미비 등은 모든 농어촌지역의 큰 이슈다. 이 이슈는 국가적 차원의 난제이기도 하다. 이 이슈를 내실 있게 실천함이 농어촌수도 비전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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