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아 (환경교육사)
다가오는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탈 플라스틱, 지구를 위한 약속’이다. 우리는 매일 같이 편리함과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구와 우리 삶에 어떤 무게로 되돌아오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얼마 전 아이들과 환경수업을 진행하며 “우리 교실에 있는 플라스틱을 한번 세어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필통과 볼펜, 칠판지우개, 쓰레기통, 간식 포장지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마다 끝도 없이 플라스틱이 나왔다.
그런데 아이들 가방 속에 있던 물티슈를 플라스틱이라고 알려줬을 때 아이들은 “물티슈가 왜 플라스틱이에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게 쓰는 물건 속에도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식당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들어서면 늘 당연하다는 듯 물티슈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손님 대부분은 습관처럼 집어 들어 손을 닦은 뒤 쓰레기통에 버린다. 집에서도 간단히 청소하거나 얼룩을 닦을 때 물티슈는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나는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자리로 돌아와 식사를 시작한다. 가방에는 몇 해 전 직접 만든 소창 손수건을 챙겨 다니며 필요할 때 꺼내 쓴다. 집에서도 소창 행주로 청소를 한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지만 금세 익숙해졌고 더 위생적이면서 환경에도 이롭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물티슈는 종이가 아니다. 대부분 폴리에스터, 폴리프로필렌 같은 합성섬유 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쉽게 썩지 않고 버려진 뒤에는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환경부의 ‘일회용 물티슈 최적 관리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식당과 카페 등에서 쓰이는 식품 접객 업소용 물티슈 생산량은 연간 31만7000톤(2022년 기준), 가정에서 주로 소비되는 인체 세정용 물휴지는 129만톤(2019년 기준)에 이른다.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폐기물도 급격히 증가했고 결국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고 토양과 대기 오염으로 이어진다. 작은 위생 습관이 곧바로 온실가스 증가와 직결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심각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일회용 물티슈를 포함한 합성 섬유 제품이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영국 환경청 조사에서는 런던 템즈강 바닥 퇴적물 상당 부분이 물티슈 뭉치로 확인됐다. 손 닦는 데 쓴 한 장의 물티슈가 강을 막고 바다를 오염시키며 결국 우리의 밥상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편리함만을 좇아 계속 플라스틱에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구와 미래를 지키는 길을 걸을 것인가.
습관처럼 꺼내는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일, 장을 볼 때 일회용 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챙기는 일, 음료를 살 때 다회용 컵을 드는 일 등 이런 소소한 변화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나아가 탄소 배출까지 줄이는 길이 된다.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느낀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몰라서 못할 뿐 알게 되면 금세 실천으로 옮긴다는 사실이다.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쓰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은 그 어떤 거창한 선언보다도 희망적이었다. 우리 어른들이 먼저 작은 약속을 지켜나갈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올해 자원순환의 날의 주제처럼 ‘탈(脫) 플라스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지구와 맺는 약속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세플라스틱은 공기와 물, 식탁 위 음식 속에 숨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기후위기는 돌발가뭄과 폭우 같은 극단적 날씨로 우리의 일상을 흔든다. 이 거대한 문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첫걸음은 결국 일상 속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한 장의 물티슈를 쓰지 않는 일, 오늘 하루 플라스틱을 하나 덜 쓰는 일. 그 작은 결심이 모여 지구를 지키는 거대한 힘이 될 것이다.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탈 플라스틱’의 길에 동참하는 약속을 함께 다짐할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