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예매 관객 수 30만 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했다. 이미 팔순을 넘긴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영화로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토토로'의 추억이 있던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해남시네마에서 동시 개봉해 관람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먼저 개봉됐다. 당시 제목과 포스터도 공개하지 않는 전무후무한 '무(無)마케팅'으로 관심이 증폭됐던 터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어떨지 관심이 쏠렸다. 역시 한국에서도 시사회는 없었다. 하지만 개봉을 하루 앞둔 시점에 제작자 스즈키 토시오 PD가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이번 영화의 주제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라 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친구'였다. 영화는 주인공 소년 마히토가 엄마를 구하러 푸른 왜가리와 함께 신비한 나라를 모험하는 고전적 줄거리지만, 미야자키의 인생이 녹아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 타카하타 감독을 큰할아버지로, 45년을 함께한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즈키 프로듀서를 수상한 새 푸른 왜가리로 투영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나눴던 이야기를 영화 속 대사로 그려냈다고 한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내용이 어렵고, 전작들보다 무게감이 적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CG 없이 수작업으로 그려낸 엄청난 밀도의 애니메이션에 압도당하면서, 나에게도 영화 속 왜가리와 큰할아버지를 현실에서 찾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너만의 탑을 쌓아 가거라', 여든두 살의 거장 미야자키 감독이 평생 쌓아 올린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계'에 흠뻑 취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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