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의식주 가운데 주(住), 식(食)에 해당되는 아파트, 음식점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파트는 과잉 공급, 음식점은 고물가와 불친절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된다. 해남의 아파트와 음식점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한다.

 

타지 식당에 외지 손님 빼앗겨

가족들과 함께 관광을 하고 땅끝에 위치한 횟집을 찾은 A 씨. 간단히 식사를 하려 했지만 일반 회 가격이 8만원대(소)로 비싸게 느껴진데다 손님이 와도 크게 반기는 인사도 없는 첫 인상에 회센터가 있는 완도로 발길을 돌렸다.

서울에 있는 상인 수 십명과 함께 대흥사 인근 식당을 찾은 B 씨. 일행이 젓갈 반찬이 맛있다며 반찬을 더 달라고 요구한 뒤 추가로 한 번 더 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변은 "다 떨어져서 없어요"라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

A 씨는 "해남에 왜 흔한 회센터가 없는지 모르겠다"며 "직접 횟감을 고르는 재미도 있고 선택의 폭도 넓은 타지역의 회 가격이 훨씬 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B 씨는 "외지 손님들이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간 것인데 서비스가 왜 이러냐는 말을 듣고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의 모습이지만 해남을 찾은 관광객들은 물론 해남 지역민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반의 경우 반찬 가짓수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목포의 경우 7000원을 받는 곳이 많은 반면 해남읍 식당들은 대부분 8000원을 받는다. 백반이 이 정도니 다른 음식값도 비싸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음식값이 비싸게 느껴지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서비스 때문이다.

일단 손님이 식당에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에서 서비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직원들 대부분은 유니폼 대신 일반 평상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반찬을 알아서 더 챙겨주는 곳은 드물고 반찬을 더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가족 행사나 모임의 경우 해남이 아니라 인근 강진 등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시간 여유가 있을 경우 점심 식사도 해남을 벗어나 인근 지역에서 해결하고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해남군청 홈페이지 군민과의 대화 창에는 지난 1월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다. '부모님이 해남에 거주 중이어서 1년에 5~6회 해남에 내려가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불친절한 태도에 기분만 상하고 돌아온다. 손님이 왔는데도 신경도 안 쓰고 나중에 안내를 한다고 하더라도 양해의 표현은 없다. 해남이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 관광산업이 제일 클 텐데 식당에서 불친절함을 겪게 된다면 외부 사람들이 해남을 다시 찾을까요?'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식당들도 할 말은 있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종업원을 두지 않고 장사하는 식당이 많다.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종업원 없이 부부나 가족들이 한다. 심지어 사장 혼자 서빙, 주방, 음식 나르기, 청소를 다 하는 곳도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손님들이 줄어 문을 닫는 식당도 늘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해남군에 등록된 요식업체(식당)는 800여 군데로 지난 1년 동안 58군데가 줄었다. 장사가 안 돼 명의가 변경된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곳곳에서 들어오는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꿔야 한다.

해남군은 매년 정기적으로 위생교육과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지만 교육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가 '해남 방문의 해'이고 지역 이미지의 최전선에 놓인 것이 식당임을 감안하면 보다 높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외식업 해남군지부 정명승 지부장은 "식당은 자영업이나 개별 사업으로 간주돼 자치단체나 정부 정책으로 지원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식당들의 어려운 환경을 감안해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특히 해남 방문의 해를 맞아 전체 식당 종업원을 대상으로 방문의 해 로고가 담긴 앞치마를 지원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지만 수 천만원이 넘는 예산 때문에 시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들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맛과 가격, 친절과 위생은 식당 문을 처음 열 때 머리와 가슴에 항상 새겼던 다짐들일 것이다. 강진 사람들이 해남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해남 식당의 대명사가 비싸다와 불친절이 되지 않도록 하루 빨리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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