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났고, 오늘은 춘분이다. 이제 봄이다. 하지만 아직 이른 봄이어서 '꽃샘바람', 살 속을 기어드는 맵고 찬 '소소리바람'이나 '살바람'이 분다. 그래도 머지않아 그 바람은 보드랍고 화창한 '명지바람(명주바람)'과 솔솔 부는 '실바람'에 밀릴 것이다. 이렇게 봄에 부는 바람들은 모두 남쪽에서 불어오는 '마파람'이다. 해남에서 전국으로 봄바람을 밀어준다.

이른 봄, 이맘때쯤 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 꽃이 나오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고 해서 그렇게 멋진 이름을 붙인 것일 게다. 아름다운 우리말에는 '잎샘추위'도 있다. "봄에, 잎이 나올 무렵의 추위"라는 뜻으로 '꽃샘추위'와 뜻이 거의 같다.

또 '꽃샘잎샘'도 있다. 이 또한 "이른 봄, 꽃과 잎이 필 무렵에 추워짐. 또는 그런 추위"를 뜻하므로 "잎샘추위"나 "꽃샘추위"와 뜻이 같다.

이런 아름다운 우리말 낱말이 많을수록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찾아서 사전에 올리고, 그런 낱말을 골라 쓰면서 유식한 척하기보다는,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을 찾아 사전에 올리고, 일부러라도 그런 낱말을 찾아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음력 삼사월의 이른 봄도 날씨가 꽤 추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갑자기 찾아온 '잎샘추위'에 건강 잘 챙길 일이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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