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휴카페로 본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

 
 

해남신문은 2020년 신년기획으로 '2020 해남교육 다시 일어서야 한다'를 주제로 이번호까지 4편의 기획시리즈를 지면에 보도했다. 

또 2월 말 쯤 교육주체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고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마지막 편으로 보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단체 행사나 모임을 자제하고 있는 사회분위기에 발맞추고자 토론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대신 해남교육의 대안과 관련해 교육주체와 전문가, 다양한 계층의 의견 글을 받아 마지막 편을 구성할 예정이다. 

▲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청소년 휴카페가 지난달 중순부터 문을 닫은 채 운영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청소년 휴카페가 지난달 중순부터 문을 닫은 채 운영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가 지난해 말 정책제안 설명회를 열고 청소년들의 안전과 교통 편의를 위해 해남읍내를 순환하는 셔틀차량 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가 지난해 말 정책제안 설명회를 열고 청소년들의 안전과 교통 편의를 위해 해남읍내를 순환하는 셔틀차량 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 싣는 순서|

1. 반복되는 신입생 미달 사태, 학과개편이 답이다
2. 학생 수 감소, 바라만 볼 것인가?
3. 해남읍·동초 집중화, 불균형의 또 다른 그림자
4. 교육정책, 청소년 복지 이렇게 가야 한다
5. '2020 해남교육, 다시 일어서야 한다' 토론회

갈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부담 없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탄생한 청소년 휴카페.

지난 2015년 해남교육복지네트워크가 청소년 전용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 것인데 처음에는 예산 부족으로 별도 공간이 아닌 이동식 버스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비좁고 전기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공원 화장실에 선을 연결해 끌어다 써야 했으며 냉장고는 물론 손을 씻을 싱크대도 없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보다 못해 지역사회 청년들이 나서 지난 2017년 말 서림공원 인근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줬고 도배와 간판은 물론 전등까지 재능기부를 통해 교체해줬으며 지역사회 곳곳에서 실내 집기 등을 기증해 쾌적한 실내 공간을 청소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휴카페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차와 간식이 제공되고 편하게 쉬면서 서로 대화하고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즐기며 고민을 상담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가르치고 간섭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이나 프로그램 운영에 도움을 주는 강사 멘토가 있을 뿐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이른바 운영위원과 매니저 역할을 하며 스스로 공간을 가꾸고 있다.

휴카페 본연의 기능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얹어지며 청소년들은 노동인권과 생명의 소중함, 관계 형성을 배울 수 있었고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며 몰래 산태나 음악회 등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나눔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장애를 앓으며 사람 눈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던 아이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도 휴카페를 통해 소통을 배웠고 청소년 매니저 역할을 하며 밝은 성격으로 변할 수 있었다.

졸업 후 직장인이 된 일부 이용자들은 해남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찾고 후배들을 위해 먹을 거리를 챙겨줬다. 휴카페는 그렇게 한 청소년의 삶의 방향을 바꿨고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부족과 해남군의 소극적인 지원이 계속되며 3월부터 운영주체가 바뀔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방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까지 겹치면서 1월 중순부터는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열악한 환경 등이 보도되며 해남군이 뒤늦게 지원에 나섰지만 1년에 지원되는 예산은 2000~2500만원. 그러나 1년치 임대료 300만원과 멘토 강사 등의 인건비, 전기세와 수도세 등 관리비,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간식과 프로그램 운영비 등으로는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결국 운영단체 회원들의 회비가 바닥났고 피로도가 쌓이면서 운영주체가 바뀌게 된 것이다.

결국 연인원 1000명 이상이 이용하는 휴카페 문을 닫게 할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새롬교회에서 새롭게 운영을 맡게 된 것인데 예산이 넉넉지 않다보니 임대료 등은 자부담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해남군에 예산 확대와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몇몇 학생들을 위한 시설, 특정 학교 학생들의 아지트, 보조금으로 임대료는 지원할 수 없는 것, 청소년복합문화센터가 문을 열면 그 곳을 이용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해남교육네트워크 김정희 사무국장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어른들이나 관에서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당연히 누려야하는 것이고 여러 곳에 있어서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돼야 한다"며 "휴카페가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남군과 해남군의회가 나서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더 많은 공간에 휴카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에 그치고 있는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 눈높이로 청소년 정책을 만들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 지난해 10기째를 맞았고 해마다 20명 안팎의 중고등학생들이 참여위원으로 활동한다.

해남군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를 거쳐 청소년 위원을 선발하며 해남군수가 위촉한다.

지난 2016년부터는 해남군 위탁을 받아 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하고 있는데 청소년참여위원회는 해남군 청소년을 대표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청소년참여위원회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 역할을 하고 위원회에서 제안된 정책이 청소년 정책에 실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해남군은 보여주기식 운영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위촉장 전달식에 군수는 커녕 담당 공무원 조차 참석하지 않았고 청소년참여위원회와 군수와의 만남은 군수 일정 등을 이유로 갑자기 취소됐으며 연말에 있었던 청소년들의 정책제안 발표회 때도 담당 공무원 한사람만 참석했다.

그동안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를 위해 청소년들이 그들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만들어냈지만 해남군 청소년 정책에 제대로 반영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해남읍내를 순환하는 셔틀차량을 운행해달라고 정책제안을 했지만 거기에 대해 '바로 시행하겠다', '적극 검토하겠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등의 어떠한 입장도 전달되지 않았고 답변을 듣지 못한 청소년참여위원들은 임기를 마치고 해체됐다.

어설프지만 청소년들이 발로 뛰고 토의하고 직접 만들어낸 소중한 정책 제안들이 관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은채 그냥 묻히고 있는 것이다.

그냥 위촉하고 활동하게 하고 정책제안 발표를 하게 하고 그걸로 끝. 그리고 아무 일 없듯이 다시 또 위촉하고. 이런 보여주기식 활동만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참여위원회를 A 군은 "정책 제안을 했으면 그 다음에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반응을 접하지 못하다 보니 그동안의 과정과 노력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측은 "올해는 정책 제안을 연말이 아닌 가을 쯤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해남군의 피드백까지 들을 수 있도록 해남군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정책에 적극 나서는 타 지자체들

지난해 말 서울 중랑구청에서는 중랑구청장과 청소년 40여명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청소년에게 듣는 청소년 정책'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은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 인터넷 강의 의존도가 높은데 꿈드림센터에 컴퓨터나 교재가 부족해 지원해 줄 것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입시정보 전문가 컨설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류경기 구청장은 컴퓨터와 교재 지원을 곧바로 조치하겠으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특화된 입시정보 전문가를 섭외하겠다고 밝혔다.

▲ 안산시는 해마다 주민참여예산 청소년학교와 청소년 예산정책 제안대회를 열고 있다.
▲ 안산시는 해마다 주민참여예산 청소년학교와 청소년 예산정책 제안대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는 해마다 '안산시 청소년 예산정책 제안대회-청소년이 바라는 지역사회'를 열고 있다. 청소년들의 의견을 시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민들의 참여예산 제도를 실제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의 경우 이 대회를 통해 청소년들이 안산시에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주요 도로표지판에 러시아어를 추가해 줄 것과 고려인 마을이 있는 땟골 거리에 고려인들의 역사, 문화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안산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예산에 사업비를 편성했다. 

경남 창원시는 아동, 청소년 정책을 함께 만들어갈 제1대 아동참여위원회를 24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모집 대상은 10세 이상 18세 미만으로 아동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정책을 제안하고 아동 관련 행사를 주관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영암군은 지역 청소년들을 대표해 청소년 정책과 사업과정에 참여할 청소년 참여기구 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영암군 청소년 참여기구는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운영위원회, 근로보호 청소년 활동단 등 3개 기구로 각 20명식 총60명으로 구성된다. 신청자격도 9세~24세로 연령층을 낮추고 있다.

▲ 인천 동구가 운영하는 아동전용 의견함에 날아 온 아동의견서 내용.
▲ 인천 동구가 운영하는 아동전용 의견함에 날아 온 아동의견서 내용.

광양시와 순천시를 포함해 전국 42개 자치단체는 유니세프가 지정하는 아동(청소년)친화도시 인증을 받아 아동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 제정과 아동관련 예산의 확대,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확충 등에 나서고 있다. 또 나주시와 장흥군, 화순군을 포함해 90개 자치단체가 추가로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인증 지자체 가운데 인천 동구는 아동전용 의견함<사진>인 '파랑새 우체통'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 3곳에 횡단보도 단속카메라를 설치해달라는 유치원생들의 의견을 접수하고 현재 설치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청소년운동가인 B 씨는 "해남군의 경우 청소년 정책에 대한 의지나 철학이 부족하며 청소년들을 시혜의 대상이나 복지 대상자로만 여기는 것 같다. 청소년은 해남군의 대체할 수 없는 인적 자원이고 관련 정책을 세우는데 동반자가 돼야 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며 전문성있는 청소년 정책을 위해 해남군에 아동청소년과나 청소년육성과를 설치하고 청소년단체나 청소년들과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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