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다.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뽑는다. 그렇게 선출된 사람이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 국민은 그 대표자를 모시려고 뽑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당선만 되면 그들은 본분을 잊는다.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섬기라고 한다.

요즘 국회의원 장제원의 행태가 국민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필자와 가까운 어떤 이웃의 이야기이다. 그는 장제원에 관한 동영상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나서 한동안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을 두드리며 큰 숨을 내뱉고 또 내뱉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국회 114로 전화를 걸어 장제원의 사무실 번호를 알려주라 해서 정당한 이유도 없이 국민에게 무례하게 호통치고 반말하는 권력질(갑질)에 대해서 항의했다. 생전 처음 하는 일이라 두려워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갑질 당한 선관위 직원과 그의 아내, 아이들이 마치 본인인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또한,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 국회의원 장제원이 사과조차 하지 않고 뭉갤 것이 더 두려웠다. 아직까지 장제원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요즘 5년짜리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전체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늘 전 정권 탓만 하는 대통령이 잘못한 어떤 일에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풍토를 만든 것처럼 지자체도 지자체장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중앙정부에서 멀리 떨어져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규모가 작은 지자체에 살고 있다면 지자체장에 따른 지자체의 주민이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 지자체장의 성향이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 사회의 풍토를 바꾼다.

헌법 제 7조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해 놓은 대로 국민을 섬기는 지자체장이 선출되면 행정기관도 덩달아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성과를 쫓는 사람이 집권하면 전체 행정기관의 방향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도 내다보지 않고 성과지표를 채워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다. 국민 대신 지자체장만을 보며 달리는 행정조직문화가 형성된다. 누구를 위한 성과며 무엇을 위한 성과지표인지 돌아볼 짬도 성찰할 시간도 없다.

해남군이 민선 7기부터 받아온 많은 상들은 그간의 행정 공백을 메울 만큼 달리고 달린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군민의 자존감을 높였는가? 삶의 질을 향상시켰는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군민은 없는가? 평가하지 않는 전진은 결국 길을 잃을 것이다.

요즘 초고령사회인 농산어촌으로 들어와 활기를 주고 있는 어느 농산어촌 유학생의 보호자는 동네의 아이가 서울 간다며 좋아하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사실, 살아 보면 별것도 아닌 도시에서 내려온 농산어촌 유학생을 잠깐이라도 부러워했을 그 아이의 심경도 헤아릴 줄 아는 민선 8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사실 대표하는 장이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행정 조직에서는 최고 상사이고 모시는 사람이지만 현명한 공무원들은 섬기는 사람이 국민이고 도민이고 시민이고 군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정 조직 위에 지자체장이, 대통령이 있지만 그 위엔 지자체민, 국민이 있다는 것을.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느끼는 돈도 권력도 없는 이들에게는 지자체장이, 행정공무원들이,군의원이 찬바람 막아주는 든든한 방어벽이다.

우리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