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3월이면 모든 학교가 개학과 입학식을 거쳐 웅성웅성 들뜬다. 학생들도 나름의 꿈을 꾼다. 교직원도 들뜨기는 매한가지다. 새로운 학급이 만들어지고, 담임이 정해지고, 각기 업무가 주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망을 통해서 학교 교육이 1년간 이루어진다. 이 관계망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한 측면에서는 작은 연결고리 하나가 지대한 영향으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그렇겠지만 교육활동에서 작은 활동이나 말 한마디의 영향을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3월이면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한마디로 하자면, "이제 너의 삶을 준비하고 네 삶을 살아 보라." 이것은 필자가 교사로 활동하며 중심으로 삼는 지침이기도 하다. 눈치 보기나 따라 하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생각하는 힘이 약하다. 누군가 시키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자신의 인생 설계마저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곤 한다. 부모님이거나 교사거나 선배거나 그 누구의 지시가 없으면 뭘 해야 하는지 몰라 길을 잃게 되는 아이들.

자신의 삶을 고민하기보다는 남의 지시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보라.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일까 하는 생각보다는 남의 눈높이를 쫓아가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리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사죄하고 현재의 교육에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늘 말로만 바꿔야 한다는 그 알량한 생각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어쩔 수 없잖아'라는 자조 섞인 소리나 하고 있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쩌겠다는 것인가?

암기식 지식을 강요하는 교육은 이제 때려치워야 한다. 시험 점수 하나로 줄을 세우고 삶을 파괴하는 학교 교육은 갈아엎어야 한다. 해남의 아이들은 소수 우등생을 제외하면 학교 교육에서 실패자로 낙오된다. 심지어 그 소수 우등생마저 다른 우등생들과 비교되며 낙오되기 십상이다. 결국 현재의 학교 교육은 대부분 아이를 낙오자로 만드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것이 아닐까?

해남 아이들 미래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가는 교육이 우선이다. 학교 성적을 위해 아이들은 재능을 포기하고 있다.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즐길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보게 하자. 거기에 아이들의 미래, 지역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교육과정의 쇄신이 필요하다.

해남에서 그걸 선도하면 어떨까? 해남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과 보고서 작성, 해남의 삶을 구상하고 실현할 방안에 대한 연구 등 학생들의 창의성을 찾는 과정들도 좋겠다. 맞춤형 정보와 컨설턴트를 총동원하는 일부 기득권층 입시교육을 성실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가?

그리고 지속가능한 해남을 위해 해남을 알게 하고 해남으로 회귀할 수 있는 '해남의 젊은 미래'를 준비하고 제시해야 한다. 행정과 전문가 집단이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도시도 좋은 모델이겠지만 젊은이들이 자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태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규제혁신과 제도구비가 필요할 것이다.

도시 비둘기와 시골 비둘기의 삶은 다르다. 더 풍족하고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다면 그곳으로 가야 한다. 해남 아이들이 해남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더 큰물에서 노닐다가 해남으로 회귀하여 자유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터전을 가꾸자. 해남이 길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그것은 해남 교육을 통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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