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언니, 내가 죽은 것 같아. 소희가 바로 나였어." 이달 중순 해남시네마에서 몇몇 지인들과 영화 '다음 소희'를 감상한 후 집에 막 들어왔을 때 받은 전화다. '소희'에게 초점을 맞췄던 첫 관람과는 달리 자살한 내부 고발자 이준호 주임과 그의 죽음을 알려주는 소희의 친구를 생각하며 돌아온 직후였다. 몸살 기운이 없었더라면 다시 신발을 신었을 거다.

'다음 소희'는 대기업 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의 한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자살하자 담당 형사가 그 학생의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여러 사람의 마음 아프게 한다.

영화에 나오는 소희의 짧은 삶은 참 낯설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대다수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서 그런가 보다. 겨우 열여섯 살이 되면 인문계고와 특성화고가 선택되고 그 후 학교의 방침대로 각각 적응하며 견뎌낸다. 3학년 막바지에 이르면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하게 배제된, 빼고 더해지는 숫자 또는 도표 위의 막대기로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현장 실습생이라는 새로운 사회 계층인 소희와 이중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치로 표시되는 실적으로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기만하고 감정을 혹사시키다가 결국 춤추기를 좋아한 열여덟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가정이, 학교가, 교육청이, 기업이 그리고 사회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막을 수 있었는데 왜 보고만 있었냐는 사건담당 형사의 일갈에 뭐라 답할 수 있을까?

빼고 더해지는 숫자와 도표의 막대기의 눈금만 있던 학교와 교육청과 기업의 칠판과 성과주의와 인센티브제가 판치는 세상에 빠진 것은 오직 사람뿐이다. 인식의 전환, 생각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너무나 오랫동안 인간을 대상화시킨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와서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지식은 얕고 경험은 일천한 필자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해 일단 비틀어보고 뒤집어보며 다양한 각도로 사람이나 사물과 일을 바라본다.

먼저, 서울 도봉고등학교의 폐교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 게다가 이미 서울도 폐교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는 기사에 충격을 더 받았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어구가 마음속에 남아있던 지난주, 면 단위 작은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와 해남군청이 목포고용노동청과 일자리지원 업무협약 맺었다는 기사를 해남신문을 비롯한 지역신문을 통해서 알았다.

작은학교를 살리러 온 고마운(?) 학부모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여러 지원 협약을 맺었다고 했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우리 지역에서 행복하면 좋겠다. 그리고 해남고용복지센터에 가보면 꽤 많은 사람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람들도 염두에 두고 펼치는 활동이나 정책이면 더 좋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생태문화아파트를 지향하는 필자가 사는 아파트가 2023년 전남마을공동체지원사업의 열매단계에 선정되어 더욱 인식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 정부에서 돈까지 줘가면서 행복한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질만능주의와 성장과 성과주의가 낳은 갈등 해소, 인구감소의 치료제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관치에 익숙해서 자치는 많이 서툰 사람들은 특히, 행정사무 처리에는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가들처럼 넘어지고 넘어질 거다. 그런데도 올해는 군 선택사항인 씨앗, 새싹단계까지 이행보증증권을 발급하게 하였는데 이제 걷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달리라고 한다. 따뜻한 민관협력의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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