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얼마 전 사단법인 바른지역언론연대가 발행한 '풀뿌리 지역언론 34년의 기록'이라는 책을 받았다. 백서로 420쪽이나 되는 귀중한 자료다.

바른지역언론연대는 흔히 줄임말로 '바지연'이라고도 한다. 바지연이 지역언론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기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1988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록이다. 신문을 구분할 때 '중앙지'로 행세하는 전국 일간지와 '지방지'라 부르는 광역일간지가 있다. 지역신문은 시·군·구인 기초자치단체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다. 해남신문도 지역신문이다.

6·10항쟁이라고도 부르는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지방자치를 앞두고 지역신문들이 탄생했다. 백서에 따르면 1989년 등록된 지역신문 중 일반주간신문은 해남신문을 포함해 30개다. 이 중에 해남신문, 고양신문, 청양신문, 김포신문이 살아남았으니 지역신문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준다.

바지연은 1988년 12월 홍성신문의 창간을 지역신문의 태동이라고 본다. 해남신문도 1989년 10월 각계각층 인사 33인으로 창간추진위원회를 결성, 이듬해 4월 발기인 452명으로 발기인 대회를 갖고 1990년 6월 22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창간 33주년을 맞는 해남신문의 역사가 지역신문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남YMCA와 농민회가 주도했으며 주민들이 농약값과 비료비를 들고 군민 주주로 참여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주주의 등장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한 사람이 소유할 주식의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경영과 편집권의 독립을 해남신문의 철칙으로 한다. 바른지역언론연대의 윤리강령 제2조(편집권의 독립)에서도 '우리는 기자가 자기 양심에 따라 보도 활동을 할 때 가장 진실한 기사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편집권이 독립되고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 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백서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발행정지처분 사태 일지다. 1995년 공보처가 해남신문, 주간홍성, 부천시민신문, 나주신문, 영천신문 등 5개 지역신문에 공문을 보내 정기간행물 발행목적을 위반했다며 공보처 청문회 참석을 요구했다. 지방선거 정치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다. 2개월간 발행정지를 받았다.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의 조치는 지역언론개혁연대 활동과 신문지원특별법 제정 운동으로 번지고 결국 정기간행물법 개정까지 이르렀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제정됐으며 민주적 공론장 형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구성돼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도 이뤄졌다.

지역신문은 풀뿌리 지방자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34년 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획기적으로 발전했고 지역언론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1000여 개의 지역언론매체가 존재한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주민들이 내가 사는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때 지역신문의 생존 가능성은 커진다.

최종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의 말처럼 지역신문과 지역언론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역발전과 건강한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지역신문과 지역언론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의 미래는 그리 밝지는 않다. 인터넷신문, 유튜브, FM라디오 등 디지털시대에 맞는 변신을 꾀하고 있는 신문사가 많다. 해남신문도 마찬가지다. 짧은 인연 때문에 남사스럽지만 해남의 브랜드 해남신문에 큰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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