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수(향교삼호학당 고문)

▶酒食兄弟 千個有 急難之朋 一個無(주식형제 천개유 급난지붕 일개무) - 명심보감 교우편 -

직역하면 '술이나 음식을 함께할 때 형제와 같은 친구는 많으나 급하고 어려울 때 친구는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잘나갈 때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세상인심이다. 그래서 자기가 어려움을 겪어야 친구의 본심을 알게 된다.

됨됨이를 보고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해서 익자삼우(益者三友)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직, 신의, 학식이다. 예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또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고 했다. 그만큼 친구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늙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필자는 지난달 가장 절친한 죽마고우 한 분을 저세상으로 보내면서 망연자실했다. 배우자와 사별한 것처럼 슬픔이 컸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친구 생각에 혼미에 빠지곤 했다. 그 친구는 마치 해남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미수(米壽·88세)까지 살아오면서 고장을 위해 일생 헌신을 했고, 한 세대를 이끄는 큰 인물이었고, 해남에 훌륭한 업적을 남겼기에 애틋함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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