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검은 토끼가 가져온 설과 대보름도 벌써 지났군요. 어쨌든 "모두 모두 올해 더 행복하시고, 더 많은 의미로 삶이 복되시길 기원합니다." 복을 빌어주는 일은 자신에게 복을 짓는 일이기도 하죠. 서로를 축복해주고, 사랑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는 더 많은 복을 빌어주며 살아보렵니다. 그 복으로 세상이 얼마라도 더 아름다워지기를 희망하면서.

지난해를 돌아보며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누구에게나 기쁜 일, 슬픈 일, 열받는 일, 즐거운 일들이 참 많았을 테죠. 동유럽의 전쟁은 '쓰잘데 없는 욕망'으로 슬프고 화나게 하였지요.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 바뀌기도 했죠. 정치라는 게 그렇고 그런 것이지만 걱정거리투성이입니다. 아랍에선 '옷 입을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합니다. 정말 웃기지도 않지만 우리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여전히 옷 입을 자유를 외치는 학생들이나 이상한 경쟁으로 시달리는 우리의 일상을 보면서 속상하시죠? 경제도 갑갑하고, 기후 문제도 답답합니다. 우울함이 늘 곁에서 서성거립니다.

그렇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웃는 일도 참 많았을 것입니다. 거대한 우울함의 그늘에 가려 얼른 꺼내지진 않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웃음도 참 많지 않았습니까? 저의 한해살이를 돌아보면, 멀리서 벗들이 10여 차례나 와주었더군요. 물론 저도 여러번 나들이를 하며, 즐거움을 나누었죠. 또 달마고도에 살면서 자연이 주는 하루하루의 풍경은 '위대한 일상'이며 축복이었죠. 누가 물어오면 쉽게 행복하다고 대답합니다. 위선이라구요? 꼭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위에 나열한 것들처럼 슬프고 화나는 일들을 상대로 싸움을 멈추지는 않지만, 일상이 주는 행복을 큰 의미로 받아들이죠. 돌이켜 보면, 거쳐온 곳들의 삶도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달마고도로 돌아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달마산과 땅끝을 돌아가는 바닷가 마을들 그리고 이곳에 기대 사는 사람들은 어느 곳 사람들과 비슷하지만, 이곳만의 정취가 있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죠. 벗들은 고개를 끄덕여 주죠. 제 일상을 그들도 충분히 공감한다더군요. 여기서 같이 살아보자는 벗들도 있고, 잠시나마 머물겠다는 사람들도 있죠.

사실 그것은 '제가 찾은 의미'들에 대한 호감이고 공감입니다. 한편으론 그들의 공간에서 늘 쫓기던 삶으로부터 피난을 오고 싶다는 갈망이기도 하구요. 달마고도는 그들에게 피난처이고 안식처로 생각되는 것이죠. 달마고도의 의미를 꾸준히 가꾸어, 오고 싶고 살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들고 싶습니다.

"삶은 의미다." 이 말은 제가 제 삶에 부여한 개똥철학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죠. 삶이 버거울 때, 이 말은 큰 의지가 되어주었죠. 벅찰 때도 그랬고, 벗이 우울해할 때도 제가 나눠줄 수 있는 말이었죠.

달마고도는 제게 이 개똥철학을 누리게 해주는 공간입니다. 단지 산이나 길의 의미를 넘어 쾌락이고 기쁨이며, 낡은 것들이며 동시에 새로움이죠. 사색함이고 놀이이며 그냥 지나칠 뻔한 일상에서 하나의 의미를 던져주는 곳이죠.

우리가 어디서 만난다면, 저는 또 당신은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요? 우리의 삶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고 해도, 초라해지지는 맙시다. 우리 마음에 달마산 하나 품어, 산길 나무 아래에서 도토리 한 알에 빠져봅시다. 바다에 나가 대나무 낚싯대로 큰 파도를 낚아 마음을 울렁이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새날입니다. 새날엔 더 많은 의미가 되어봅시다. 내 삶이 어떤 의미로 당신에게 닿을지 궁금합니다. 달마산에 새날이 깃발처럼 펄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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