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북일면 주민자치회장)

 
 

철도를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꼭 공부하는 철도 역사가 있다. 가히 신화적인 철도이다.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공학자인 칼 리터 폰 게가(Karl Ritter von Ghega·1802~1860)가 1848년에 도전한 세계 최초의 산악 철도를 말한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900미터가 넘는 알프스산을 넘는 철도를 만드는 일에 도전한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알프스 젬머링 고개 구간에 새로운 건설 방법과 다리 공법을 도입하여 산악 철도를 건설했다. 6년의 시간을 들여서 만든 젬머링 철도.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그 철도를 건설한 폰 게가는 오스트리아 화폐의 인물로 올라 있다. 오스트리아 태생이 아님에도 그의 불굴의 업적을 기려서 화폐에 올린 것이다.

철도가 운행을 시작하자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폰 게가의 놀라운 공학 기술은 맹목적인 도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단 하나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살면서 연구해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누굴 이긴 것은 기적이 아니다. 열심히 해서 놀라운 결과를 얻은 것이 기적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 그건 기적이 아니라 경쟁의 승부일 뿐이다. 아무도 안 된다고 할 때 도전하여 얻어내는 과정이 기적이다.

기회라는 말의 영어는 Opportunity이다. port의 저편에서 반대편을 이어주는 것, 즉 이쪽 항구에서 저쪽 항구로 다가가는 것이 기회이다.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무언가 만들어 가는 것에서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행동이 따라야 희망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적은 갑자기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심히 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젬머링 철도는 시작된 것이다.

"시작이 반이니 과감하게 알려고 하라. 용기 있게 시작하라." 로마공화정 시대에 살았던 호라티우스가 송가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칸트가 계몽철학의 표제로 삼고 다시 인용했다. 흔히 '사파레 아우데 (Sapere Aude)'로 알려진 말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용기를 "설친다"고 조롱하는 이들도 많다.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잘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잘 되고 있는데도 핀잔 놓는 이들도 있다. 그건 일의 훼방이고 매우 악질적인 비방이다.

민주주의는 독재에 부적응한 자들이 이룬 업적이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적응 잘해서 나만 잘되면 그만인 사람들의 정신에선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나라가 식민지가 되어도, 군사독재에 빠져도 나만 잘되면 그뿐인 정신의 소유자들에겐 자유도 민주주의도 그저 귀찮은 장식일 뿐이다. 시대를 바꾸는 것은 모두가 동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부적응한 자들이 대항하여 이루어내는 길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은 모두가 깨어 있는 사람 천지가 아니라, "뒤에서 열심히 도와줄게" 혹은 "잘 되면 도와줄게" 식의 비겁하거나 계산적인 사람들 천지이다. 그럼에도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행동해야 길이 열린다. 용기를 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 길에 여럿이 모이면 일단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언제 젬머링 철도를 깔 것인가. 그 철길이 길든 짧든 깔아보자. 나만을 위하는 철도면야 이렇듯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철도를 위해서, 무모한 맹목적인 행동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망설이다 시간 다 보내지 말라는 말이다. 하고자 한다면 절박함을 담아 행동하면 일이 이루어지고, 진리가 한 발 더 다가온다. 소원은 마음속 간절한 기도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는 다가오고, 꿈은 현실로 다가온다. 올해 나는 누구와 무슨 철도를 궁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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