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12월 말, 현산면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토론회를 다녀왔다.

날씨가 험해 참여자가 많지는 않았으나 인구가 감소하면서 예상되는 지역소멸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과 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했다는 현산초등학교 앞에 서 있던 눈 맞은 소나무가 더욱 애달팠다.

앞서 지난해 11월 하순, 해남에서는 가장 많은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해남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주제의 고민을 했다. 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정문이 아닌 후문을 향해 걸었다. 약하게 내렸던 비는 그쳤고 은행잎이 떨어져 인도에 머물러 있었다. 분양광고를 내고 있는 신축아파트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학교가 지역의 존재 이유인 곳이 있다. 하버드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처럼 학교가 있는 지역의 중심은 학교다. 그런 지역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데 해남동초등학교와 그 주변 지역의 관계도 같은 맥락이라면 너무 멀리 간 생각일까?

동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공동주택들이 유난히 공실률이 낮은 이유가 천 백 명이 넘는 학생이 재학 중인 해남동초등학교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면 너무 멀리 간 생각일까?

현재 해남동초등학교가 있는 해남읍 해리는 약 64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인근 삼산면과 북일면 그리고 현산면의 인구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2017년 우리나라 영유아 수는 145만243명이고 2022년 105만4928명이다. 전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순천시와 그나마 큰 도시에 포함되는 나주시의 전체 인구를 합한 수만큼의 영유아 수가 겨우 5년 만에 감소했다. 39만5315명이 줄었다.

저출산율 대해서 자주 듣는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 중 더 심각하다고 한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2000년 8.8%였던 농업인구는 2020년 기준 231만4000명으로 4.5%로 줄었다. 해남의 인구 감소 원인이기도 하며 면 지역의 학교들이 폐교 위기에 처한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떠났고 그 자리를 메우며 지키던 사람들은 이제 늙었다.

총인구를 연령별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연령을 중위연령이라 한다. 중위연령이 1980년에는 21.8세, 2000년 31.8세 2020년은 43.7세라는 발표를 접했다. 만 49세까지가 해남에서는 청년에 속한다는 게 더이상 이상하지 않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면 단위 초등학교만큼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해남동초등의 학생 수도 자연스레 줄 것이다.

농산어촌지역과 지방의 인구감소가 유독 심하다. 북일면이 북일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생을 모셔 온 이유일 거고 현산면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이유일 것이다.

해남동초의 운동장을 돌면서 진행되고 있는 인구감소, 학생 수 감소를 억지로 막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귀농, 귀촌을 위한 정책도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도 다 좋다. 그러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의 위기 앞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그래도 누군가 말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버티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이 '위함'을 받는다고 느끼는 정책에 목마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사 가지 않는, 이사할 필요 없는 해남에서 좋은 이웃들과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