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벤치에서 쉬고 있는 학생들.
▲ 숲벤치에서 쉬고 있는 학생들.
▲ 소나무숲에서 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 소나무숲에서 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 무용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 무용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 AI교실에서 시범수업 중인 학생들.
▲ AI교실에서 시범수업 중인 학생들.

1922년 북평 보통사립학교로 문을 연 북일초는 통폐합한 만수국민학교와 산동분교장까지 합쳐 지금까지 1만4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5일에는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북일초 100년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이다. 50여 년 전 마을주민들이 대나무 숲 자리에 지금의 학교 건물을 다시 세우고 교목인 소나무 숲 등을 가꿨다. 수십 년 된 소나무 외에도 백일홍과 단풍나무 등 각양각색의 수백 그루 나무가 어우러져 하나의 정원을 이루고 있다. 교실 창문을 열면 바로 정원이 펼쳐져 있고 하루종일 새소리가 들리며 학생들은 숲속에서 다양한 교육활동과 놀이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령 인구가 줄면서 1년 전 전교생이 18명에 그쳐 폐교 위기에 내몰리자 다시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나서 빈집 제공 등을 내걸고 학생 유치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전교생이 54명으로 크게 늘었다. 동문까지 나서 작은 학교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내놓고 있으며 내년에도 학생 유치활동은 이어질 예정이다.

숲에서 뛰어놀고 교실에선 인공지능 교육

학교가 하나의 큰 정원이요 자연이다 보니 다양한 체험학습이 장점이다. 학기마다 펼쳐지고 있는 숲 체험은 흑석산 자연휴양림이나 완도 수목원에서도 펼쳐지지만 사계절 변하는 학교 숲에서 자연스럽게 생태수업과 환경수업이 펼쳐지고 있다. 학교 숲의 풀꽃과 나무, 곤충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학교 나무에 이름표를 만들어 달아주기도 했다. 자연미술놀이도 펼쳐지고 소나무숲에 야외공연무대와 나무 벤치도 마련돼 있어 마음껏 끼를 펼치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굳이 수업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매일 이곳은 학생들의 놀이터이다. 지난 5일 2학년 학생들이 숲에 모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펼쳤다. 얼마나 재밌게 노는지 함께 놀고 싶을 정도로 얼굴에는 웃음꽃과 행복이 가득했다.

사계절 체험학습도 인기이다. 봄에는 딸기 수확,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감 따기, 겨울에는 눈썰매와 스키 체험이 펼쳐지고 있다.

교실 문을 열면 숲이 펼쳐지지만 학교 건물 안에는 AI(인공지능)교실이 갖춰질 만큼 시설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2억 원을 투자해 교실이 만들어졌고 내년부터 개별 태블릿을 통해 로봇코딩과 메타버스(가상현실 플랫폼) 등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함께할 예정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3억 원을 들여 멀티실도 갖출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겨울 방학 중 수준별 영어캠프가 운영되고 원어민 순회교사가 주 1회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로 영어부를 개설해 학원에 가지 않고도 생활 속 회화를 배울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으로 감성·자신감 키우다

북일초는 학생들을 위해 영어, 캘리그라피, 미술, 3D펜, 창의보드게임, 바이올린, 우쿨렐레, 배드민턴 등 다양한 방과후학교를 개설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문화예술교육을 교과수업으로 활성화하며 무용과 연극, 국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적 위주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표현활동을 통한 문화예술 소양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지난 5일 무용 수업 시간. 광고 속에 나오는 무용 찾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광고 속에 나오는 무용을 따라하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창의적인 몸짓을 표현하며 또 하나의 광고를 탄생시켰다. 신체활동에 창의력과 자기 표현력을 키우는 1석 3조의 수업이다.

충주에서 전학온 손유희(6년) 학생은 "도시에 있을 때보다 무용 수업을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 "무용을 통해 협동심도 배우고 친구들과 우정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윤철(6년) 학생은 "몸이 뻣뻣했는데 무용을 배우며 유연해졌고 특히 자기 표현력이 많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북일초·북평초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이 함께 예체능 교과나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공동수업을 진행하며 서로 만남의 기회를 갖고 나눔과 협동의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함이다. 과학축전은 물론 합동체육대회와 수학여행, 다문화페스티벌, 영어캠프와 소프트웨어 캠프도 함께 하고 있다.

1년 동안 책을 읽고 읽은 만큼 독서 마일리지를 적립해 적립금으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는 독서마일리지 적립 프로그램은 1년 내내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학부모·동문의 학교 사랑 이어져

북일초 학부모들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학부모 월례 모임을 갖는다. 학교 교육활동에 관해 협의하고 건의하며 학교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학부모회 주관으로 지난 6월에는 저녁에 달빛운동회를 열고 가족 대항 체육대회와 장기자랑을 가지며 교육공동체의 화합을 다졌다.

지난 10월에는 책의 날 축제에 학생들과 그림책 놀이를 했고 지난달에는 다문화 페스티벌 학부모 부스를 만들어 페이스 페인팅을 운영하고 간식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것에 착안해 온종일 돌봄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교원들이 돌아가며 오전 7시 50분~8시 30분까지 아침 돌봄을 실시하고 있고 방과 후에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돌봄 서비스가 진행된다.

동문과 지역사회의 사랑도 이어지고 있고 장학기금이 쌓이면서 현재 입학생에게는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1인당 100만원의 장학금을, 그리고 전교생에게는 1인당 15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 어학연수도 떠난다. 2월께 5박 6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가게 되는데 6학년 졸업생과 두륜중 졸업생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학교는 지금은 전국에서 너도나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고 있다.

100주년 의미를 알려주고 싶은 곳

 
 

학생모심의 영상을 보고 폐교위기에 놓인 북일초등학교를 살리고 싶었다. 특히 100주년이나 되는 학교, 북일초를 선택하면 아이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땀을 흘리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무지개색을 입힌 북일초등학교와 초록색 옷을 입은 산들과 푸른바다, 조금은 추워 보이는 숲이 없는 돌멩이와 바위로 뒤덮힌 산들과 저와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 서울에서 해남을 내려오는 길 내내 행복했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하고. 북일초가 좋은 점은 사계절의 다양한 체험활동이다. 입시형 공부보다는 자연을 벗 삼아 즐기며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학부모 양성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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