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미남축제 요리 출품을 준비하고 있는 요리동아리 학생들.
▲ 미남축제 요리 출품을 준비하고 있는 요리동아리 학생들.
▲ 가야금반 학생들.
▲ 가야금반 학생들.
▲ 메타버스를 활용한 창의융합수업 모습.
▲ 메타버스를 활용한 창의융합수업 모습.

전국적 관심 대상이 되다

두륜중학교(교장 윤채현)는 두륜산과 주작산이 감싸고 있어 교실이나 운동장에서도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교육환경도 다른 학교와 남다르다. 모두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학교생활이 이뤄지다 보니 학교폭력이 없고 교사들의 맞춤형 수업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도 큰 학교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전교생이 24명이지만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예술, 체육 분야의 특기 교육에서도 개별 지도가 가능하고 교과수업에서도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이 이뤄진다. 학생 한 명이 여러 개의 방과후 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교과서에서 배운 곳을 직접 찾는 체험학습이나 직업체험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북일 지역사회의 작은학교 살리기에 힘입어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22가구가 북일면으로 이주해 두륜중 학생이 5명 늘게 됐다. 또 뛰어난 자연환경과 남다른 교육환경에 힘입어 전남농산어촌 유학과 관련해서도 서울에서 4명의 학생이 전학해 현재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도전이 현실이 되다 

지난 18일 기술가정실이 북적거렸다. 남학생들인데 모두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요리용 장갑도 착용했다. 분주히 움직이며 학생들마다 쌀을 씻고 고구마를 삶고 접시를 정리하고 요리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남학생 7명으로 구성된 요리동아리인데 일주일에 두 번 요리강사를 초빙해 요리만들기와 요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요리에 대한 진로와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청소년미래도전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요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율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인데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올해는 특히 다음 달 열리는 미남축제에 그동안 개발한 고구마경단과 고구마꼬치, 배추빵 등 세 가지 요리를 선보이며 직접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은 미남축제에 선보일 요리에 대해 주최 측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기 전에 최종적으로 요리를 해서 점검하는 날이라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함께 설렘도 엿보였다.

윤하선(3) 학생은 "이론은 물론 칼질, 손질, 끓이기, 삶기, 굽기 등 요리기초부터 새로 배웠고 강사와 함께 개발한 요리도 만들고 있다"며 "미남축제에서 우리 동아리가 주전부리관을 운영하는 것도 기대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게 되는데 자신 있는 전복죽으로 참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요리를 제대로 배워서 복지 시설 이용자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도전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미래를 보는 자율과 공동체

두륜중은 학생들의 자율을 우선시한다. 학생회 주관으로 매주 학생회의를 열어 스스로 안건을 논의하고 학교 측에 의견을 제시한다. 여름방학 즈음에 마련되고 있는 뒤뜰야영도 학생들 의견을 바탕으로 기획되고 행사도 준비돼 왔다. 청소년미래도전프로젝트도 학생들 제안으로 시작됐다. 학생들 의견을 바탕으로 불편한 교복도 없앴고 생활복으로 대신하고 있다.

두륜중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마음 교육공동체협의회를 매달 한 번씩 열고 있다. 각 그룹에서 의견을 모아 협의회에서 서로 논의하고 소통하며 더 나은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 규칙은 물론 교육과정, 학교 생활환경 등 모든 것이 주제로 올라온다. 1학기에는 재활용 쓰레기가 그냥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공동체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아 해남군의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는 자원순환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해남군에 의뢰해 쓰레기 분리수거 교육을 받고 체육기구실로 사용해 오던 컨테이너를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으로 만들어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고 있다. 분리수거장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벽화 그리기에도 나섰다. 동백꽃이 활짝 피어 원을 둘러싼 모양으로 원 안에는 '빛날 너의 모든 날들을 응원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전남도교육청의 공모에 응모해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물병 없는 학교'로 지정됐다. 개인용 컵이나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생수 대신 종이팩 생수 등을 이용하고 있다.

김재현(3년) 학생은 "급식 때 나온 요구르트를 그냥 버리지 않고 씻어서 상표를 제거하고 모아서 분리수거장에 버리는 데 선생님들이 가끔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어 '선생님 그러면 안 돼요'라며 함께 실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아린(3년) 학생은 "자율과 공동체 활동이 보장되다 보니 학교 분위기도 남달라 결혼식을 앞둔 여선생님을 위해 칠판에 그림과 축하 글귀를 담고 케이크를 준비해 깜짝 이벤트를 열어주기도 하고 스승의 날에도 전교생의 감사 글귀를 담아 카네이션을 드리는 행사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륜중학교의 창의융합교육 프로그램도 남다르다. 전문 강사를 초청해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세계를 제작하고 체험하게 하는 것은 물론 팀별로 주제를 선택해 가상공간을 직접 꾸미고 이를 발표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점에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주를 이루는 사회가 될 수 있기에 아예 2학기 한 학기를 정규과정으로 편성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백유찬(1년) 학생은 "사람이나 동물 등 3D 모델을 만들어서 가상세계를 꾸미고 거기서 활동하는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익히고 있는데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다"며 "가상의 인물로 골든벨퀴즈 대회를 열기도 하고 가상의 동물들로 사파리 공간을 연출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1인 1악기에 감수성 키우기 

두륜중에서는 1인 1악기는 기본이다. 여기에 나아가 밴드부와 가야금, 통기타반을 방과후 수업으로 운영하며 예술을 접목한 감수성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성취감과 자신감도 키워주고 있다. 밴드부는 면민의 날 행사에서 공연에 나섰고, 가야금반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북일초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은별(1년) 학생은 "가야금을 학교에서 처음 배웠는데 소리가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학을 와 농산어촌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문서윤(1년) 학생은 "서울에서는 꿈도 못 꾸는데 학교에 가야금반이 있어 놀랍기도 하고 배우는 재미에 실력도 더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적인 두륜 교육공동체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모여 교육공동체 회의를 한다. 학교의 세세한 일정까지 공유하고 의견을 묻고 지난 교육과정이나 행사를 돌아본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바라는 점을 적극 수용해주기 때문에 교육주체의 하나라는 만족감과 효용감이 높다. 민주적인 운영을 몸소 겪은 아이들이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고 해남읍과 가까운데다 통학차 지원도 잘돼 있어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이 서로 관계가 좋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수업이나 놀이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도 좋다.

학부모 최승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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