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 6일 학교 텃밭에서 고구마 캐기에 나선 학생들.
▲ 6일 학교 텃밭에서 고구마 캐기에 나선 학생들.
▲ 지난해 여수에서 열린 '학교 예술교육 페스티벌'에서 삼고무 공연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지난해 여수에서 열린 '학교 예술교육 페스티벌'에서 삼고무 공연을 하고 있는 학생들.
▲ 학교 뒷산 등반에 나서고 있는 학생들.
▲ 학교 뒷산 등반에 나서고 있는 학생들.

주입식 아닌 학생 먼저 생각하는 '행복 교육'

독서·공부에 재미 더해지다

"학교에 워터파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교급식은 역시 뷔페죠.", "학교에 많은 식물들로 가득찬 유리방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4일 화산초등학교(교장 최정원) 4학년 교실. 학생들이 하얀 도화지에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독서활동을 해왔는데 책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꾸며보는 시간이다. 모둠별로 논의를 거쳐 우리의 고민이나 상상학교 등을 주제로 먼저 16가지의 스토리보드를 만든 다음 스토리보드대로 나눠서 그림을 그려나갔다.

최예훈(4년) 학생은 "학교에 식물유리방이 있으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특히 나쁜 공기들을 식물방의 깨끗한 공기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둠별로 만들어진 그림책은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학교에 전시될 계획이다.

여기에 독서관리시스템을 활용한 독서진단, 수준별 책읽기와 유창성 교육도 눈에 띈다. 학생들은 먼저 개인별 테스트를 거쳐 0~6까지 레벨(수준)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수준에 맞게 비치된 책을 읽고 태블릿PC나 휴대폰을 통해 관련 시스템에 접속해 읽었던 책과 관련한 퀴즈를 풀고 일정한 점수를 받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책에서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동기부여를 하는 화산초만의 특별한 교육활동이다.

읽기 유창성 교육은 수업 전에 이뤄지는 아침 활동이다. 예를 들어 1학년은 1분 안에 60어절, 4학년은 100어절을 읽는 방식이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고 시간 안에 정확하고 빨리, 그리고 적절한 운율을 살려 읽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어휘력이 길러지고 이것은 이해력을 높이는 앞 단계가 된다.

화산초에는 1~2학년 학생 가운데 기초 문해 수업이 필요한 학생을 선발해 전담 수업 시간을 운영하는 기초 문해전담 교사제도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행복 교육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고구마 프로젝트 아시나요

내 고장 화산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자는 의미에서 운영되고 있는 '내 고장 애지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특색교육이다.

학교 텃밭에 고구마를 심고 가꾸며 생태교육을 실천하는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학생들은 고구마 심기부터 기르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학부모, 교사와 함께 한다.

지난 6월에는 학년별로 교과과정과 연계해 고구마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 시간을 이용해 고구마밭에서 리코더로 연주회를 열고 자신이 연주한 곡을 선정한 이유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정성을 다해 심은 고구마가 연주를 듣고 더 잘 자라주길 하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 6일에는 학부모, 교사와 함께 그동안 애지중지 길러온 고구마를 직접 수확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구마는 수확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수확한 고구마를 면사무소 앞에서 직접 판매해 수익금을 해남군 장학사업에 기부했다. 올해도 같은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학생들은 고구마를 통해 우리 고장과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눔의 기쁨도 함께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학교 뒷산에 올라 명상과 요가를 즐기기도 하고 이심전심 축제를 열어 학부모들과 함께 물놀이와 다문화 음식 나누기를 여는 것도 내 고장 애지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내 고장을 알고 사랑하는 마음이 동료, 선후배, 학부모에게도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남 유일한 삼고무와 난타

세 개의 북을 치면서 춤을 추는 삼고무는 전남에서 유일하게 화산초에서만 볼 수 있다. 학생동아리로 구성돼 10여 명의 학생이 꾸준히 삼고무를 배우고 있고 실력도 남달라 해마다 발표회에 참석한다. 지난해에는 여수에서 '전라남도 학교 예술교육 페스티벌'이 열려 유튜브를 통해 비대면 공연으로 진행됐는데 이 축제에 전남 40여 개 학교가 참여했고 화산초에서는 삼고무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난타는 매주 목요일 방과후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난타도 지역축제나 행사 때 공연의뢰가 들어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삼고무와 난타 모두 학생은 물론 학부모, 지역민들에게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안하음(4년) 학생은 "자율동아리를 하면서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과 사이가 더 좋아진 것 같고 난타와 삼고무 북을 탕탕 치며 스트레스도 풀렸어요. 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게 떨렸지만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삼고무와 난타는 학생들에게는 음악적 감성을 통한 자존감과 성취감 향상, 그리고 협동심 키우기라는 장점 외에도 학부모와 지역민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공간혁신 도서관에 쾌적한 유치원

공간 혁신을 활용해 새롭게 탄생한 도서관과 쾌적하고 넓은 유치원은 화산초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다.

책상과 의자가 중심이고 단정한 자세로 책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도서관에는 다락방과 푹신한 쿠션 집 모양의 공간이 마련됐다. 말 그대로 아무데서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공간이 연출됐다. 도서관 입구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영화관도 마련됐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 2년 전 도서관을 이렇게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유치원은 해남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3년 전에 새로 만들어진 병설유치원은 100평의 넓은 공간에 수면방과 샤워장, 친환경소재 자재 등 최신식 시설로 호텔식 유치원을 자랑한다. 유치원 전용 놀이터와 다양한 체험학습 공간도 눈에 띈다. 현재 원아가 8명인데 이들은 조만간 화산초 학생들이 될 예정이다.

올해 초 서울에서 화산초로 전학 온 이동욱(4년) 학생은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오니 학생 수가 적어서 급식이 따뜻하고 더 맛있는 것 같고 체험학습을 자주 가는 것도 좋다"며 "특히 큰 학교에서는 발표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발표를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8남매 모두 화산초 졸업

 
 

8남매가 모두 화산초, 화산중 출신이다. 지금은 두 자녀가 화산초를 다니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 소통과 공감이 잘 이뤄지고 단합과 신뢰도가 높아 아이들 표정이 항상 밝고 행복하다.
자발적인 참여와 책임감, 협동심을 형성하는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다. 인구 늘리기 차원에서 외지 학생들 유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해남에서 정착하고 살아갈 우리 학생들을 위한 지원대책도 다양하게 마련됐으면 한다.

학부모 김호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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