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는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초·중학교가 22개에 이른다. 면 단위에 위치한 이들 학교는 교육부의 통폐합 권고 대상 학교로 구분되고 있다. 그러나 작은 학교는 개인별 특성에 따른 맞춤 수업과 다양한 특색프로그램,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학교 분위기, 자연친화적인 교육환경으로 꿈과 행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읍지역 과밀학급 학생들을 면 단위 작은 학교로 유학 보내 교육 불균형을 줄이자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13회에 걸쳐 작은 학교 13곳을 소개하고 그 안의 꿈과 행복을 들여다본다.

▲ 아이들이 분양 받은 강아지 '모카', '커피'와 인사하고 있다.
▲ 아이들이 분양 받은 강아지 '모카', '커피'와 인사하고 있다.
▲ 교실 세면대에서 우유팩을 씻고 있는 학생들.
▲ 교실 세면대에서 우유팩을 씻고 있는 학생들.
▲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학생들.
▲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학생들.
▲ 트리하우스에서 놀이활동하는 학생들.
▲ 트리하우스에서 놀이활동하는 학생들.

전교생 대부분이 읍에서 통학 기적 이어가는 행복학교!

기적을 넘어 대세로 이어져

서정초등학교는 기적의 학교로 불린다. 지난 2003년 학생 수가 5명까지 줄어 폐교 결정이 내려졌지만 지역민과 학부모, 교사가 나서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생 유치에 나섰고 재능기부를 통해 특색있는 방과후 활동과 체험학습, 자연친화적인 공동체 교육을 이어갔다. 이런 노력으로 학생 수가 70명을 넘어서면서 2015년에는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했다. 

10여 년 만에 학생수가 15배 늘어난 기적은 대세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학생 수가 44명으로 줄었지만 전교생 가운데 해남읍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전체의 90%인 40명에 달한다. 형제, 자매가 함께 다니는 가정도 있고 자녀 모두를 보내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들 학생을 위해 통학차 2대를 마련해 읍에서 통학이 가능하도록 하고 하교 때는 읍에 있는 학원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서정초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공부 스트레스가 덜하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학부모와 학생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반영한다', '교육공동체 간 참여와 소통이 활발하다' 등을 꼽았다.

학생이 주인되다

지난 20일 아침 통학버스가 학교로 들어오자 이들을 가장 반기며 맞은 것은 강아지 두 마리였다. 학교에서 닭을 길렀는데 너무 커버리자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강아지 두 마리를 분양받았고 이름도 모카와 커피로 정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마다 간식을 챙겨주고 만지다 보니 강아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자 학생들은 강아지 돌봄 규칙을 만들고 돌봄 요일을 정해 산책과 간식, 만지는 것도 학년별로 요일을 달리하고 있다. 

이하임(3년) 학생은 "너무 귀여워서 학교 가기가 설렌다"며 "강아지들이 계속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아지 분양부터, 이름 정하기, 돌봄 규칙 모두가 학생들의 토론과 협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안건을 논의해 결정하고 학교 측에 건의하는 다모임을 달마다 열고 있다.

같은 날 3학년 교실에서는 우유팩과 투명페트병,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이 씻어 분리 수거하는 활동이 펼쳐졌다. 학교에서 생수로 먹는 물을 대신하다 보니 투명페트병이 많이 나온다.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실천하자며 다모임에서 방법 등을 논의하고 학생 환경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실천하자는 뜻을 모았다. 급식에서 나오는 야쿠르트 병도 바로 버리지 않는 등 모든 재활용품을 모아서 사물함에 보관하고 틈나는 대로 분리수거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은 이렇게 수거된 재활용품으로 해남군 자원순환사업에 동참하고 있는데 모아진 금액은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보탤 예정이다.  

박채원(3년) 학생은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생활화가 됐고 집에서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놀이 시간도 남다르다. 중간놀이 30분, 점심시간은 1시간 10분, 방과후 놀이시간도 30분이 주어진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최근 다목적강당이 새로 마련됐고 교내에는 자전거 수십여 대가 구비돼 있어 놀이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연이 함께하는 생태놀이터 

달마산과 미황사가 곁에 있는 서정초는 학교 자체가 하나의 자연이다. 화전만들기, 달마산 등반, 사계절 자연체험활동, 자전거 하이킹 등 자연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고 학교에는 텃밭이 있어 상추와 고구마, 당근, 배추 등을 학생들이 직접 기르고 있다. 학교 앞에는 생태연못이 만들어져 여름에는 펌프질과 물수제비 등 물놀이 장소가 되고 있다. 수십년 된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트리하우스(나무집)는 자연을 만끽하고 생태수업도 이뤄지는 학교 명물로 자리잡았다. 생태연못과 트리하우스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솟대와 사슴 조형물, 평상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일 학교 텃밭에는 제철을 맞은 고구마 수확이 펼쳐졌다. 직접 심은 고구마 모종은 어느새 자신들의 손보다 큰 고구마로 자랐고 호미로 캐는 작업이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개구리나 사마귀 등이 나와 떠들썩해지기도 했지만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이 가시지 않았다. 

김혜림(6년) 학생은 "직접 캐는 작업을 하니 재밌고, 내가 수확한 고구마는 선생님께 선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다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는 나날이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학부모들이 재능을 살려 직접 학생들의 교육과정과 연계해 교육기부 수업을 진행했다. 어머니들로 구성된 바느질동아리는 아이들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며 잠옷과 파우치 만들기를 했고 아빠 목공동아리는 목공수업과 연계해 학교에 필요한 목공품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

지난 6월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학교에 모여 1학기 동안 운영된 교육과정을 주제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해보고 싶은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학기에는 학부모회 주관으로 졸업생과 함께하는 서정인의 날 행사를 열고 신입생 유치활동도 펴나갈 계획이다. 

올해 3월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이정진 교장은 해남에서 교사가 바로 교장이 된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서정초의 가치가 좋아 공모교장을 지원했고 광양에서 해남으로 생활 근거지도 바꾸게 됐다.

이정진 교장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온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꾸준히 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며 "자율과 존중 속에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행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자녀를 서정초에 보내는 이유

 
 

올해 중학생이 된 첫째는 서정초를 졸업했고 둘째는 6학년에 다니고 있다. 전교생이 이름을 부르고 서로 언니, 오빠, 동생이 되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들 의견이 존중되며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니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기 싫은 곳이 아니라 가고 싶고 즐거운 곳이 됐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학교참여도 즐겁고 서로 간에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다. 자율과 존종 속에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가 바로 서정초이다.

여은영 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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