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가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기에 애매한 명칭들이 있다. 물론 일부러 영어나 외국어를 쓰면서 전문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바이오블리츠도 그럴 것이다.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번개를 뜻하는 독일어인 블리츠(Blitz)의 합성어다. 블리츠는 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이 보여준 전격전의 어원이기도 하다.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으로도 불리는 일종의 생물종 조사 행사다. 생물다양성 보물찾기라는 이름도 멋있어 보이지만 생물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오블리츠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되는 생물다양성 탐사의 대명사로 쓰인다.

이 행사는 24시간 동안 생물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탐사지역의 모든 생물종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생물탐사 활동을 말한다. 우리 주위에 어떤 생물이 함께 사는지 찾고 기록하는 것이다. 1996년 미국 국립공원에서 처음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됐다.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바이오블리츠)'은 산림청이 주최하고 국립수목원과 국립휴양림관리소가 공동 주관하며 올해로 13회째다. 코로나로 비대면으로 열리다가 20일부터 이틀간 대면으로 열리는 우리나라 대표 바이오블리츠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시민단체, 학교와 마을 등 크고 작은 생물다양성 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오블리츠 서울'도 열렸으며 6·25전쟁 격전지였던 비무장지대 '펀치볼'에서도 열렸다. 탐사 현장의 넓이, 탐사방식, 참여 인원도 모두 다르지만 탐사 현장에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함께 찾아보고 체험하고 기록하는 것은 모두 같다. 종이 위에 생물종의 이름만 남아 있기도 하지만 몇몇 생물종은 사진이 남기도 한다.

2019년 광주광역시 서구청이 주최하는 '우리동네 바이오블리츠'에 전문가 그룹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풍암생활체육공원과 풍암호수공원에서 열렸으며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전문가와 함께 식물, 곤충, 양서·파충류, 조류 등 289종을 찾아 기록했다. 순천시도 2020년 동천에서 508종을 발견해서 기록했다.

해남은 바이오블리츠를 열기에 적합한 다양한 장소가 있다. 우선 두륜산도립공원이다. 워낙 넓은 지역이니 구역별로 나눠야 할 것이다. 대흥사로 들어서는 숲속에서도 가능하다. 식물, 곤충, 어류, 조류가 그 대상일 것이다. 공지를 통해서 참가자들을 모집하며 참가자들의 일정 비율은 군민이나 학생들에게 할당하면 된다. 달마고도, 흑석산자연휴양림, 땅끝탐방로, 황토나라테마촌, 고천암자연생태공원에서도 가능하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준비해야하지만 24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는 청소년유스호스텔 주변의 두륜산도립공원, 흑석산자연휴양림, 황토나라테마촌이 있다.

읍·면 단위 조직이 나선다면 해남천, 삼산천 등 우리 마을 지천에서도 가능하다. 최근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출범하면서 앞다퉈 마을자원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문화자원 조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자원 조사까지 염두에 둔 주민자치회가 있다 한다.

바이오블리츠는 그 결과를 반드시 생물종 목록으로 작성해 현장의 생물다양성과 생태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우리가 지켜야 할 생물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전문가와 군민이 함께하는 군민과학프로그램으로서의 생물다양성 탐사가 돼야 한다.

바이오블리츠는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성이 요구되는 행사다. 10년이 지난다면 그 자체가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군민이 만든 생태도감과 생태지도를 기대해 본다. 지역자원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지역발전과 관광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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