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한달살이라는 용어는 특정 지역에서 한 달 이상 장기체류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서 도시생활에서 변화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한달살이는 기존 삶의 방식을 모두 버려야 하는 부담이 없으면서도 현지 주민이 된 느낌을 갖고 생활할 수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주춤했으나 요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달살이를 하기 위해 떠나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달살이는 그동안 제주도에 집중되었으나 사람들 사이에서 해남이 가고 싶은 지역의 하나로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

해남은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맑은 공기와 농산물이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을 계획할 수 있는 장소이다. 아이들의 방학기간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찾아오는 가족도 있고 현직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하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한 번쯤 도시를 떠나 시골 생활을 해보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정년퇴직 후에 평안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방학을 이용하여 한달살이를 하는 경우에는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선호한다. 사업을 구상하거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주변이 조용한 거주환경을 원한다.

그리고 도시를 떠나 시골 생활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다양한 농촌현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특히 농촌 살아보기를 통해 활력을 얻고 자신감을 얻은 사람들 가운데 농촌으로의 이주 희망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듯 농촌에서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도 한달살이 농촌 생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현지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전남의 지자체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숙한 관리와 운영 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편이다.

해남에서 한 달 살아보기는 여느 시골처럼 분주함 없이 편안한 힐링과 전원 생활지를 제공하면서 농촌체험이나 여행지로서도 안성맞춤이다. 해남은 대흥사, 미황사, 우수영관광지, 고산윤선도유적지, 땅끝관광지, 우항리공룡화석지 등과 같이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농촌현장 체험의 경우에는 주로 거주하는 마을에서 일손 돕기와 텃밭 가꾸기부터 시작한다. 채소를 직접 키워보는 것은 농촌체험의 필수 과정 중 하나이다. 오이, 상추, 쑥갓 등의 밭작물을 재배해 키우는 재미와 농촌마을의 협동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농촌의 일손 돕기는 도시에서 사무실이나 아파트의 에어컨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여름 농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작물이 풀밭 속에서 이겨내지 못하거나 말라버리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요즘은 마을마다 동네 화단 청소하기, 제초제 뿌리기 같은 단순하지만 농촌 삶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마을의 공동체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농촌의 한 달 살아보기는 낯선 체험이지만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데 더없이 소중한 과정이 될 수 있다.

해남에서 한달살이를 고려한다면 거주하는 동안 무엇을 이루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여유를 갖고 해남에 적응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노후 생활이나 구직, 자녀교육, 여행 등 다양한 이유로 해남을 찾았다가 이질적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짐을 싸는 경우도 있는 만큼 우선 해남의 자연환경과 문화에 적응해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귀농귀촌의 경우 바로 이사하는 것보다는 우선 한달살이를 하면서 그 마을에 적응해보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