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던 40대 후반에 직장 동료들과 노래방에 가면 오기택의 '고향무정'과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를 빼놓지 않고 불러댔다. 해남 출신 오기택의 고향무정에 나오는 문전옥답이 고향 집에서 가까운 논밭으로 착각했다. 이제 따로 고향 얘기를 할 필요 없는 귀농인이니 향수에 젖어 고향 관련 노래를 읊조릴 필요가 없게 됐다. 더구나 고향을 그리던 오기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고향 사랑을 실천하면서 병마와 싸우던 해남 출신 유명가수의 타계는 해남과 음악의 지역 관광자원화라는 과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의 관광자원화는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좋은 사례일 것이다. 여수의 관광활성화를 견인한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트 열풍 속에 가사에 나오는 지명이나 관광지가 관광명소가 돼 가고 있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1학년생인 김다현이 감정이입해 부르는 '회룡포'가 유명세를 타다 보니 사이버공간에서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의 '구룡포'로 둔갑하기도 한다. 회룡포는 태백산 능선의 산자락이 둘러싸고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도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김다현은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직접 현장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비룡산의 전망대인 회룡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니 가까운 나주의 느러지전망대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영산강이 늘어지면서 만들어내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대중가요 속에 나오는 지명을 활용한 관광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수많은 노래비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신안 흑산도 상라봉 전망대에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도 유명하다. '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비는 노래가사 만큼 애틋한 사연을 갖고 있다. 1991년 노래비를 걸어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사진취재하던 젊은 기자가 반대편 열차에 치여 유명을 달리한 사연을 담은 추모비가 노래비 옆에 세워져 있다.

오기택 노래비가 오소재 쉼터에 세워졌으며 이보다 먼저 2010년, 영등포구에서 그의 히트곡 '영등포의 밤' 노래비를 세웠다. 물론 생전에도 오기택 가요제가 열리고 있다. 이제 잡음이 없는 가요제를 기대해 본다.

인근 영암은 하춘화의 '영암 아리랑'으로 마케팅을 제대로 하고 있다. 트로트 열풍의 초창기에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열었다. 월출산기찬랜드에 자리하며 하춘화의 아버지가 딸이 데뷔한 1961년부터 50여 년간 트로트 관련 자료와 음반 등을 기증해 한국 트로트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다. 하춘화 아카이브에는 LP, CD, 화보, 포스터 등이 있다.

강진은 오감통으로 알려진 전남음악창작소가 지역 뮤지션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의 대중음악 소비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음악 아카데미, 음반 제작지원 사업, 뮤지션 발굴 및 쇼케이스 등 지역 뮤지션 역할을 하고 있다.

해남의 지명이 들어간 하사와 병장의 '해남 아가씨'는 자원화하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군민들이 많을 것이다. 물 한 모금 건네줄 우물가 해남 아씨 대신 할머니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남을 노래할 트로트 한 곡을 만들면 어떨까. 대흥사 풍경소리가 들어가도 좋고 우슬재, 우수영, 두륜산 등 해남을 상징하는 지명을 포함한 가사를 담고 있는 노래를 만들어 유명관광지마다 생활음악인이 버스킹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박우철이 불러도 좋고 홍자가 불러도 좋을 것이다. 10여 년간 걸어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컬러링을 바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걸 보니 무지렁이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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