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금(시인)

 
 

겨울 옷 벗고 봄문 열듯
땅끝 해남에 불어온 문해사 바람
못 배워 속앓이 하던 할매들의 한
품어안아 녹이는 봄바람이다

전쟁으로, 여자여서
학교 근처도 못 간 할매들
자식 출가하고 영감 떠난 뒤로
자식의 살가운 편지마저
까막눈이라 이장 찾아 줄달음치던
겨울 장막 같은 갑갑한 세월

하늬바람 산들산들 다가가
들어주고 일깨워주는 소통으로
청맹과니 벗은 할매들 마음 속마다
파릇한 새 잎 새 부리처럼 돋아나고
내내 밑둥에 내려앉힌 사연들
수줍은 할미꽃 
시를 피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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