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일손 부족과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마다 춤을 추는 농산물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장단을 맞춰야 하는 고충도 있다. 이도 문제이지만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당장 필요한 일손을 못 구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그래서 "농사 못해 먹겠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해남은 전국 최대의 농군(農郡)이다. 우선 땅덩어리가 넓다. 해남의 면적은 1044㎢. 전남에서 압도적으로 넓을 뿐 아니라 1000만명이 산다는 서울 면적의 2배에 가깝다. 논도 많지만 좋은 기후 여건과 비옥한 토양의 밭에는 해남이 자랑하는 여러 작물이 생산된다.

해남의 농촌을 더 힘들게 하는 게 바로 밭작물이다. 벼농업 기계화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지만 밭농업은 평균 61%에 머물고 있다. 밭작물을 재배하는 데는 그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물별 기계화율을 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해남이 주산지인 배추, 고추, 고구마의 기계화율은 유독 낮다. 이들 작물의 파종·정식 기계화율은 0%이다. 고구마 수확의 기계화율은 58%에 이르지만 배추나 고추 수확은 온전히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인력이 여느 지역보다 많이 요구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해남의 농촌이 안고 있는 고충이 도드라진다. 이들 작물을 심거나 수확하는 농번기에는 일손을 구하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소규모 농가일수록 더 힘들어한다. 어렵사리 사람을 구했다가도 돈을 더 준다는 농가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한다. 철저히 을의 입장으로 전락했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건비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창 바쁠 때는 하루 인건비가 18만원에 달한다. 이는 최저임금의 2배 이상이다. 농촌 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가 내국인보다 오히려 더 높은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농촌의 눈물을 이젠 닦아줘야 한다. 최대 농군인 해남만이라도 그래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크게 줄어들면서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다고 하지만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참에 농촌 인력 수급의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해남군의회가 새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농촌 인력난 해소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토론회에서는 농촌 인력 수급 문제를 공공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해남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도 주문했다.

농촌 인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자리는 의회나 농민단체가 앞장서 마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저간의 사정을 보면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다. 당초 군의회에 이어 해남군이 1주일 사이로 비슷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해남군이 뒤로 빠지고 두 번째 토론회도 군의회가 대신하게 됐다. 해남이 최대 현안인 농촌 인력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철회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유사한 토론회를 1주일 사이에 의회와 집행부가 연달아 열려는 계획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토론회에서 인력난 해소를 위한 가닥이 어느 정도 잡혔다. 이젠 해남군이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농촌의 눈물을 최일선에서 닦아줘야 한다. 그게 군민을 위한 진정한 공복(公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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