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이제 뉴스를 많이 본다고 똑똑해지는 게 아니다.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어려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인쇄매체보다는 단순하고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인 TV나 유튜브의 가짜뉴스는 전파력이나 영향력에서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대선 판국에서도 가짜뉴스가 넘치고 넘쳐난다. 아직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후보 주변에 가짜뉴스 유튜버들이 활동한다. 한 대선 후보에게 대구의 한 대학생이 기본주택에 대한 언론기사만 보고 잘못된 정보로 질문을 하는 일도 있었다. 역세권에 백만호를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묻자 그 후보는 일단 가짜뉴스가 포함되어있다며 불명확한 정보를 제공한 이들을 비판하고 오해에 대해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대본. 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재난문자가 3일간 이어졌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위중증·사망률이 높습니다. 가족 및 지인들께서는 서둘러 3차 접종을 챙겨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현상도 가짜뉴스로 '어르신'들이 코로나 백신 맞기를 주저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보라는 단어를 앞세워 코로나 백신에서 괴생명체가 발견됐다느니, 백신 맞고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으니 백신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형국이다. 망설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신 가짜뉴스를 가짜뉴스 백신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가짜뉴스 백신처방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찾는다. 고전적인 의미의 리터러시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9세기까지는 일반인이 아닌 특권 계층에서만 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제 리터러시는 단지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 및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 개념이 확대됐다. 유치원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다. 그만큼 가짜뉴스 폐해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때 인터넷신문의 출현만으로 뉴미디어 시대,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명명했지만 그 이후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다. 리터러시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TV 등의 기존 미디어에서는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만이 중요하지만 뉴미디어의 등장은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고, 심지어 변형해 생산해 내는 능력까지 요구하고 있다. 80년대는 TV를 '바보상자'라며 TV 앞에 모여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일반인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릭 하나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취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정보가 가짜뉴스라면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특히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입에서 나오면 신뢰라는 포장지에 싸여 전달돼 확신이라는 내용물로 전달된다. 한 의사의 코로나 백신의 괴생물체 발견도 마찬가지다.

기사를 가장한 광고, 파워블로거의 일탈, 공급자가 소비자를 가장한 상품평 등 속고 속는 미디어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했으면 '가짜뉴스 시대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이 출판돼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가짜뉴스는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조합한 오보, 전문지식이 부족해 잘못 판단한 오보, 통계 오류 등에 의한 뉴스들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도 가짜뉴스에 오염된 지역민들을 왕왕 볼 수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특정 종편채널이나 유튜브 가짜뉴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가짜뉴스 백신에 대한 지역공론화 과정도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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