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평면 주민자치회가 지난해 11월 해남에서 첫 실시한 주민총회.
▲ 북평면 주민자치회가 지난해 11월 해남에서 첫 실시한 주민총회.
▲ 자치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추진 중인 자치활동가 아카데미 활동 모습.
▲ 자치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추진 중인 자치활동가 아카데미 활동 모습.

해남지역 주민자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 2020년 12월 해남군 주민자치회 시범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지난해 북일·북평·황산·삼산·계곡면 주민자치회가 창립됐다. 군은 올해 나머지 9개 읍면 주민자치위원회도 점차적으로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주민자치회는 우리 동네의 문제와 어려움에 대해 주민들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민 대표 기구다. 



# 주민들이 직접 자원조사에 나서 지역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총회를 열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주민투표로 결정한 북평면 주민자치회.

#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를 살리고자 머리를 맞댄 주민들이 서울까지 올라가 학생 모심 캠페인을 열고 전입자를 위한 주거·일자리 등의 대책까지 마련함으로써 초중학생 40명을 포함한 20가구, 100여 명이 전입해 오는 성과를 거둔 북일면 작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

# 주민자치와 면 행정, 이장단장, 전문가가 참여해 협의 기능을 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푸드래시피 개발, 마을별 브랜드와 캐릭터 구축에 나서 제20회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지역 활성화 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된 산이면 주민자치위원회.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활성화 관건
사람 양성·시스템 구축 밑거름으로 

해남 곳곳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를 다지는 주민자치활동이 뿌리를 내리며 결실을 맺고 있다. 아직은 지역 간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주민들이 함께 부대끼는 경험들이 쌓여 나가며 해남의 주민자치 토양이 조금씩 다져지고 있다.

지난해 첫발을 디딘 주민자치회도 올해 전 읍면으로 확대를 앞두고 있는 등 해남의 주민자치가 한 단계 더 전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핵심이 되고 있다.

현재 주민자치와 관련해 삼산·북평·북일·계곡·황산은 주민자치회가, 읍·화산·현산·송지·옥천·마산·산이·문내·화원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고 행정업무에 대한 단순한 심의·자문 역할에 그친다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를 통해 직접 지역의 현안과 의제를 포함하는 자치계획 수립·시행하는 등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때문에 풀뿌리 주민자치의 강화를 위해 올해 현산·옥천·산이면이 주민자치회로 전환코자 행정안전부에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나머지 읍면도 준비가 되는대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군은 올해 주민자치 토양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자 더 많은 주민이 주민자치를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해남군 혁신공동체과 나성군 자치혁신팀장은 "'주민자치가 누구의 것인지'라는 물음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정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주민 스스로 변화하고 따라가지 않는다면 주민자치가 지역내 정착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자치가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변화가 우선돼야 하며 행정은 이 과정에서 동기를 제공하는 서포터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북일면에서 불고 있는 작은학교 살리기 열풍은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며 수개월간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지고 북일면이 뭉쳐 직접 시행함으로써 나온 결과물이다.

북일지역은 지난해 4월 출범한 북일면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북일초·두륜중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계속된 인구 감소에 14개 읍면 중 가장 먼저 주민 수가 2000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에서 자치회 임원, 북일초·두륜중 교장, 문화체육회장, 이장단장, 북일면장, 군 관계자 등이 모여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 번 해보자'는 긍정적인 의견과 '해도 안 될 것인데 왜 하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계속해 대화를 나누며 결국 '한 번 해보자'라는데 뜻이 모아졌다. 이 과정에만 3개월이 소요됐지만 지역의 공감대를 얻으며 사업 추진의 밑바탕이 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서울까지 올라가 학생모심 캠페인을 펼치는 등 직접 수립한 계획에 대한 시행에 나서 오는 2월까지 초중학생 40명을 포함한 20가구 100여 명이 북일로 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일면 작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는 이번 성과는 추진위만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모두 합심해 이룬 결과인 만큼 면민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 성과를 함께 나누며 주민자치 활동에 대한 자긍심도 키워줄 계획이다.

해남군은 북일면 사례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올해 신규사업을 마련,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에 나설 지역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읍면에 각 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어떤 일이든 주민들이 직접 부딪치며 주민자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직접 지역자원 조사 등에 나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주민자치 중심 읍면 장기발전계획 시범사업'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읍면을 대상으로 한 공모사업으로 지난 2020년 황산면과 북평면이, 2021년 옥천면과 삼산면, 산이면이 선정됐다.

북평 첫 주민총회·북일 작은학교 살리기 전국 이슈
산이 민관거버넌스 구축… 공동체 활동도 주민자치 

북평면은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장기발전계획수립위원회를 구성하고 면내 22개 마을에 대한 자원조사 등에 나서 지역의제 발굴에 나섰다. 총 9가지 의제를 수립한 북평면 주민자치회는 지난 11월 해남에서 처음으로 주민총회를 열고 추진할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이날 '관광길과 마을길을 연결하니 살길이 열리다'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온 마을이 학교'가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북평면의 의제로 선정됐으며, 마을교육공동체사업은 올해 2000만원의 사업비도 확보했다.

황산면도 조만간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자치회에서 선정한 의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할 계획이며, 산이·옥천·삼산은 오는 4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군은 올해도 2곳의 읍면을 선정해 주민들이 직접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은 생업에 종사하는 자치위원만으로는 한계에도 부딪치고 있는 등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어 군은 올해 처음으로 주민자치회에 한 달에 70만원씩 10개월 간의 인건비를 지원할 계획에 있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꾸려나가는 것이 기본바탕인 만큼 인건비를 지급받는 한 명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것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자치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군수가 인정하는 주민자치활동에 관한 기본교육을 최소 6시간 이상 사전 이수해야 하며 주민자치에 대한 지역의 이해도도 높일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주민을 교육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도 숙제다.

군에 따르면 지난해 1144명이 교육에 참여해 682명이 이수했다. 전년도까지 이수자는 466명으로 현재 1148명이 자치위원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자격을 갖춘 것이다. 이는 전체 군민의 1.7% 정도다. 주민자치 기본교육은 읍면 주민자치(위원)회별로 매년 열고 있지만 시간과 장소가 한정돼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시 되고 있다.

군은 '자치활동가 양성 아카데미'를 통한 지역내 자치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기를 모집할 계획으로, 자치활동가들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수립의 기본이 되는 자원조사 등의 활동에 나서며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이끌고 있다.

나 팀장은 "결국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모여 지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주민자치의 시작이며 지역의 민관 거버넌스가 잘 돌아가야 주민자치가 정착되고 속도가 날 것이다"며 "준비된 사람과 민관 협치 시스템이 해남형 주민자치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면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해남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군은 읍면별 획일화된 주민자치가 아닌 지역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른 모델을 구축하는데도 집중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현산은 역사탐방, 북일은 작은 학교, 옥천은 취약계층 돌봄, 산이는 지역특산물 레시피 개발 등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해남형 모델을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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