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 연중기획 들어가며

고령화·인구감소 등 산적
현장 진단하고 대안 모색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A씨는 해남에 귀촌한 지 10년째이다. 해남과 인연은 없다. 해남에서 사는 지인을 방문하고, 그 지인이 귀촌을 권유해 해남에 정착하게 됐다. 번듯한 전원주택도 마련했다. 귀촌 3년 되던 해 옆집에 살던 사람이 느닷없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적은 액수도 아닌, 수천만 원이다. 순간 당황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담장 하나를 둔 이웃사촌에서 하루아침에 원수처럼 되어 버렸다. 옆집 사람은 그때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A씨를 흉보기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도 멀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A씨는 점차 주민들과 교류가 없어졌고 이젠 나홀로 섬에 사는 기분이다. 이웃 주민들의 텃새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수차례 마을을 떠날 생각도 가졌으나 여의치 않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이처럼 귀촌귀농인과 원주민이 융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 원주민도 할 말이 많다. 다만 서로 노력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함께 생활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어촌 마을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해남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6만7328명이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이 해남읍에 몰려있고, 나머지 13개 면은 평균 3300명이다. 북일면은 20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해남의 인구는 해마다 1000명 이상씩 줄어든다. 10년 새 1만1000명이 감소했다. 고령화와 저출산도 인구 감소 못지 않게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전체 인구의 33.5%가 65세 이상이다. 해남읍(18.5%)을 빼면 대부분 면 단위는 40~50%를 기록하고 있다. 계곡면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0.1%이다. 주민 두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셈이다. 고령화는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개월간 해남에서 태어난 아이는 258명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읍에서 태어났다. 마산면은 1년 내내 단 한 명만 태어났다. 8월까지 없다가 9월에 가까스로 한 아이의 출생이 신고됐다. 또다시 감감무소식이다. 그야말로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게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가 없으면 근근이 버텨온 초중학교도 문을 닫아야 한다. 이는 지역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인구 감소는 농촌의 인력난을 몰고 온다. 농가마다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인건비 부담도 날로 가중된다. 갈수록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진다. 이마저도 코로나19 여파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농촌을 기피하게 되면서 농촌 총각은 장가가기도 어렵다.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상당 부문 이런 연유이다. 지난 2020년 해남의 전체 혼인 건수의 16%가 다문화이다.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 중요성도 높아진다. 이에 따른 정책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농촌이 살만한 세상이 되려면 여러 여건이 나아져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위기에 놓인 농촌문제를 '어쩔 수 없다'라며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사실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키우며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큰 성과를 낸 북일의 작은학교 살리기도 시사하는 바 크다. 가만히 있으면 이뤄지는 게 하나도 없다. 농촌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다시 움직여야 한다.

해남신문은 농어촌 문제, 그리고 해남지역의 문제를 현장에서 진단하고 행복한 농어촌과 해남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연중 기획물로 다룬다. 지역사회에서 활력을 찾고 있는 현장도 발굴해 널리 알린다.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올바른 치유법이 뒤따른다. 해남신문이 '농어촌 행복시대, 해남에서 찾다'는 의제를 설정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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