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제(원불교 해남교당 교무)

콘크리트 갈라진 틈새에 풀꽃 하나 피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툭 튕겨 말을 걸어봅니다.

"자니?" "아니 명상 중이야."

"힘들지 않니?" "왜?"

"너무 척박한 곳에 자리 잡았다."

"하늘을 봐. 구름이 떠다니지. 팔을 펼쳐봐. 바람이 느껴져? 또 콘크리트 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있어. 부족한 게 뭔데."

"혼자라서 외롭지 않니?"

"일부러 이곳에 자리잡은 걸. 아무것에도 간섭받지 않고 나만의 세상을 꿈꾸기 딱 좋은 곳인데. 봐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일절 관심을 두지 않잖아."

그렇게 홀로 꽃을 피운 풀은 씨앗을 만들어 맘껏 세상 밖으로 날립니다. '너희들 맘대로 살아보렴.'

어느 집 화단에 자리 잡은 꽃은 사랑을 받을 테고, 들녘에 내려앉은 꽃은 자유롭게 흔들릴 것이고, 도시 어느 길목 외로이 선 꽃은 고독을 즐기겠죠. 그래서 꽃들의 세상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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