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유럽의 강소국이다. 국토 면적이 영호남보다 좁고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규모는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10개월에 걸쳐 무역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8위에 올랐지만, 네덜란드는 8개월 만에 달성할 정도로 경제대국이다. 주식회사 제도를 만들어낸 나라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하면 풍차가 떠오른다. '낮은(Neder) 땅(Land)'이라는 뜻의 나라 이름이 말해주듯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다. 이 때문에 풍차에 배수용 수차를 달아 낮은 지대의 물을 퍼 올렸다. 352년 전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인이다. 동인도회사 직원이던 하멜은 일본으로 향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 제주도에 닿았다. 제주에서 서울로 압송되던 그는 해남 땅을 밟기도 했다. 당시 제주도 말의 하역항이자 육지의 관문이던 북평 이진포에 상륙했을 것이다. 사실 표류기는 그가 13년간 받지 못한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보고서이다. 그래서 혹독한 고생을 한 것처럼 과장된 부분이 많기도 하다.

네덜란드라는 이름이 해남에 등장했다. 산이의 솔라시도 기업도시 일원에 네덜란드형 유럽마을 테마파크가 조성된다. 15만 평 부지에 내년 하반기 중 착공해 1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23년 가을께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해남 속의 작은 네덜란드'가 생겨나는 것이다. 네덜란드를 모티브로 한 이유가 있다. 간척지인 이곳은 바람이 많고 영암호와 금호호 등의 주변 지형이 네덜란드를 닮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유럽마을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이곳의 특징은 귀농귀촌인이 전원주택에 입주해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6차 산업 창출이다. 6차 산업은 농업(1차 산업)과 농산물 가공(2차 산업), 관광 등 서비스(3차 산업)가 어우러진 것이다. 1+2+3=6(곱해도 마찬가지)이라는 산식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산이의 테마파크는 이런 점에서 국내의 다른 지역 테마파크와 다르다. 1008세대에 달하는 전원주택과 타운하우스, 주상복합 상가의 조합원 모집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듈러 공법의 전원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기 때문에 공기도 6개월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다 쇼핑몰, 수제맥주 제조공방, 스마트팜, 놀이공원, 풍차전망대, 체험문화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분양가가 포함된 5700억 원 규모의 민간자본 유치는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이의 테마파크는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에 들어선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숲속의 집)를 모델로 삼았다. 나가사키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지만 하멜이 원래 가고자 했던 목적지이다. 17세기 당시 쇄국정책을 폈던 에도 막부가 유일하게 나가사키항을 네덜란드에 개방했다. 하멜은 조선을 탈출한 후 나가사키에 도착해 표류기를 썼다. 지난 1992년 나가사키에 네덜란드형 테마파크가 들어선 연유이기도 하다.

산이의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운영하게 될 ㈜더츠굿은 경기 가평 설악면에 스위스 테마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연천 덴마크 마을을 비롯해 화성, 동해, 남해, 포항 등의 지자체로부터 투자유치 제안도 받았다. 이런 와중에 해남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간척지의 부지확보가 수월하다는 이점도 작용했다. 하우스텐보스처럼 해남의 '네덜란드 특구'이자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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