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류가 지구가 아닌 천체에 첫발을 내디딘 사건이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인 1969년 7월 20일이다. 이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 중 하나가 공기도 없는 달에서 미국 국기(성조기)가 왜 주름지고 펄럭이느냐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볼품 있도록 깃대 가로에도 봉을 달아 펼쳐져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지난 21일 누리호의 발사는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우리나라가 우주에 첫발을 뗀 역사적 사건이다.

누리호는 엔진 설계부터 개발, 제작, 발사 등 모든 과정에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11년 7개월 만에 독자 개발한 첫 한국형 발사체이다. 예산도 2조 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8년 전 러시아의 엔진과 기술로 쏘아 올린 나로호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탑재 중량(위성)이 나로호의 15배인 1.5톤, 목표 고도는 2배가 넘는 700㎞에 달한다. 1톤 이상의 위성을 발사했던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여섯 나라밖에 안 된다. 이들 우주 선진국의 첫 발사 성공률도 평균 28% 정도이다.

누리호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이다. 고도 700㎞에 도달하는 정상 비행(1, 2, 3단 로켓의 점화 및 페어링 분리)과 1.5톤의 위성 모사체(가짜 위성)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정상 비행은 성공했지만 위성 안착에는 실패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이다. 모사체는 3단 로켓의 연소가 1분 이상 짧아지는 바람에 추력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초속 6.9㎞로 분리되면서 궤도 유지를 못하고 호주 남부 해상으로 추락했다. 궤도 유지에 필요한 초속 7.5㎞에 미치지 못한 때문이다.

어떤 물체가 추락하지 않고 지구 중력과 맞장을 뜨는 우주 속도라는 게 있다. 지표면 바로 위라면 초속 7.9㎞가 필요하다. 이론적이지만 공기저항이 없다는 가정 하에 이런 속도를 유지하도록 돌을 던지면 계속해서 지구 주위를 돈다. 지구 중력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약해진다. 누리호 모사체는 700㎞(저궤도·다목적실용위성)의 고도이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7.5㎞에도 가능하다. 고도 1만㎞(중궤도·GPS항법위성)라면 초속 4.9㎞, 고도 3만6000㎞(정지궤도·기상관측통신위성)는 초속 3㎞만 유지해도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만약 지구를 탈출하고 싶다면 초속 11.2㎞로 치솟아야 한다. 지구 자전방향으로 간다면 자전속도(초속 0.5㎞)를 뺀 10.7㎞라도 가능하다. 태양계를 떠나려면 초속 16.7㎞ 이상으로 가야 한다.

'누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누리호는 내년 5월 200kg급 성능검증 위성과 1.3톤급 위성 모사체를 함께 싣고 2차 도전에 나선다. 이런 시험발사를 거쳐 내년 12월부터 '진짜 위성'을 우주로 보낸다. 2024년 두 번, 2026년과 2027년 각각 한 번씩 5회에 걸쳐 차세대 소형위성과 중형위성, 초소형 군집위성(여러 대의 소형을 묶은 위성) 등을 차례로 보내게 된다. 9년 후인 2030년에는 누리호에 달 탐사선을 실어 쏘아 올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누리호는 우주 강대국의 우주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포석도 있다. 언젠가는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나오는 자원을 갖다 써야 할 시대가 온다. 5차 산업혁명이 우주산업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의 갈 길은 멀다. 이런 갈 길을 재촉해야 우주시대에도 당당히 살아남을 길이 놓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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