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오래 전 부모님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고향을 떠났었다. 달마산중에 태어나 참샘물을 먹고 자란 탓인지 늘 샘물 솟듯 향수가 뽀글거렸다. 어릴 적 떠났음에도 타향생활은 늘 이방인 티를 벗지 못했다. 달마산은 그리움이었고, 방학이라도 하면 곧장 달려들곤 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곳에서도 고향을 떠나 그곳으로 온 친구들과 교류가 많았다.

그곳에서 대학을 다닐 때 고향 인근에서 유학 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들과 향우회를 만들 정도였다. 향우회를 만든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향수였다. 또 다른 이유는 타지에 와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 그리고 대의명분으로 5·18항쟁 진상규명과 민주 열망을 내걸었다. 우리는 자주 뭉쳤고, 4월과 5월엔 시위대열 앞자리에 서곤 했다.

굳이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것은 나의 타지 생활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실패는 회귀본능을 자극했고, 몇 군데를 거쳐 결국 달마산으로 돌아왔다. 물론 오랜 타지 생활로 인해 두려움이나 낯섬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타지 생활이란 경험은 조금의 무모함을 갖게 했던 듯하다. 태어난 마을에서 얼마만큼 떨어진 달마산 아래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고향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연착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해남살이에 대한 생각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곳 해남에 살아보고자 오시려는 분들은 '과거를 그곳에 두고' 오시라고 말하고 싶다. 해남은 끝이고 시작인 기회의 땅이다. 오랜 기간 구석으로 인식되어 소외되기도 했으나, 소외되었기에 '오지가 남아 있는' 땅이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좋다. 또 그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인문환경이 대단하다. 수 많은 예술인들과 예술적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널렸다. 이런 환경에 푹 젖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려면 이곳에서 과거를 떠올리지 말고 오직 이곳에 살아보시기를 권한다.

둘째로 이곳은 오랜 은둔의 땅으로 지역 사람들만의 공동체적 편견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과 생각에 몰입하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어느 지역인들 편견과 편파가 없으랴마는 어쨌건 남의 눈을 의식하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다. 남의 눈을 쫓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상처가 쓰라리지 않던가….

셋째로는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다. 이 관계라는 게 만남의 기간도 중요하게 작동되는데, 외롭거나 필요하다가 덥석덥석 하다보면 늘 자신의 생각처럼 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어울려 살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 관계라는 게 살아있는 거라 자꾸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야청청이거나 외면하는 바보짓은 없길 첨언한다.

끝으로 '돈을 쫓아오진 마시길' 바란다. 이곳에 금광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농사가 한꺼번에 돈이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당신의 한계를 미리 설정하진 마시라고 전하고 싶다. 이곳은 다양한 기회와 사람이 존재한다. 그것을 찾아 연결하는 것은 오직 당신의 몫이다. 그래서 일러두고 싶다. 이곳에 오시려거든 평화를 찾아오시라. 평화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리라. 그리고 당신에게 질문하라, 나는 왜 해남을 선택하려는가?

오랜 이방인의 삶과 고향 이방인으로 살고있는 입장에서 땅끝 해남에 오시려는 당신에게 해남살이 팁 몇 가지를 주고 싶다. "해남에 사시면서 시인이 되어 보세요. 산을 사랑하는 자신을 바라보세요. 이곳은 충분히 아름답답니다.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당신의 운을 믿어 보세요. 해남의 에너지가 운이 되어 흐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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