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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의 울림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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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22  17: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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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는 '학적 불변의 원칙'이라는 피상적인 의미에 더해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학창 시절의 깊이가 내재된다. 인생의 방향타를 잡아주는 모교(母校)는 꿈의 산실로서 정신세계를 줄곧 지배한다.

이런 모교가 사라져간다. 대도시에서 도심 공동화에 따른 폐교도 있지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농촌에서는 아주 흔하다. 모교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졸업생에게는 학교를 떠나자마자 모교가 사라진다.

10년 전 해남에는 분교장 5곳을 포함해 27개 초등학교가 있었다.(해남군지 2015년 발행본 참조) 지금은 21개로 줄었다. 그 사이에 6개 학교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마산초용전분교장은 전교생이 11명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간당간당하다. 송지 어불분교는 신입생이 없어 4년째 문을 닫고 있는 '식물학교'이다. 한 세대 이전만 하더라도 면 단위에는 보통 3~4개 초등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해남읍과 송지, 현산, 산이, 마산을 뺀 나머지 9개 면에는 단 하나만 유지되고 있다. 10년 사이 줄어든 초등학생 수를 보면 더 초라해진다. 당시 4000명이 넘던 초등학생이 지금은 절반 가까운 2555명에 그친다. 11개 중학교는 그대로이지만 학생 수는 2400명에서 1400명으로 뚝 떨어졌다.

농촌 마을이 존속하느냐, 소멸하느냐는 미래를 지켜나갈 꿈나무들에 달렸다. 아이가 태어나야 학생이 있고,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있다.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있고, 마을이 있어야 지역사회가 살아 움직인다. 학생이 없으면 지역사회의 명맥도 끊어지게 된다. 그래서 농촌마다 작은학교(학생 수 60명 이하)를 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분투가 펼쳐진다.

경남 함양의 지리산 산골 초등학교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함양 서하면은 인구가 고작 1400명에 불과하다. 3개 초등학교 가운데 두 곳의 교문은 이미 닫혔고, 마지막 남은 서하초등마저 2년 전 전교생이 10명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자 지역사회가 뭉쳤다. 2019년 말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모심 설명회'를 가졌다. 전입하는 학부모에게 빈집과 일자리 제공에 나섰다. 전학 온 학생에게는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을 지급했다. '학생모심위원회'가 꾸려진 뒤 한 달 반 만에 전국에서 73가구, 140명이 전입하겠다고 했다.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여건이 되지 않자 인근 초등학교를 소개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은 전교생이 35명에 달한다. 시골 마을에서 오랜만에 아이 울음소리도 들렸다. 주민과 학교, 교육청, 행정기관, 의회, 동창회가 한마음으로 뭉친 기적이다.

마침 해남에서도 이런 울림이 시작됐다. 인구가 2000명 이하로 내려가 해남에서도 가장 작은 북일면의 지역사회가 작은학교 살리기의 출발을 알린 것이다. 북일에서 유일한 북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8명이다, 저학년일수록 학생 수가 적다. 3학년은 단 한 명도 없다. 1~2년 후면 전교생이 10명 아래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일면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교육청과 학교, 이장단, 사회단체, 면사무소 등이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의 자치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북일을 알리는 기자회견도 계획하고 있다.

작은학교 살리기는 소멸 위기의 농촌 살리기와 맥을 같이 한다. 북일의 이번 울림이 시험에 그치지 않고 해남을 살리는 방향타가 되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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