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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의 기억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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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27  14: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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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구약성경의 1권인 창세기는 야곱의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이집트(애굽)로 이주하고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인 요셉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2권인 출애굽기는 3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전후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야곱의 후손은 이집트에 정착한 430년간 200만 명 정도로 늘어나 하나의 민족을 이루게 된다, 출애굽은 이들이 이집트를 빠져나와 시나이 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다. 헬라어 성경의 원제(原題)는 대탈출이란 뜻의 엑소더스(Exodus)이다. 엑소더스는 ex(밖으로)와 hodos(길)가 합쳐져 새로운 길로 이동한다는 의미이다.

인류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간 역사는 끊임없는 엑소더스의 과정이다. 가족이나 한 무리가 정착해 살다가 인구가 늘어나면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터전을 만주로 옮기거나, 60년대 이후 산업화의 물결에 따른 이촌향도(離村向都)의 인구이동도 엑소더스의 한 줄기이다.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참혹한 엑소더스의 현대사를 쓰도록 했다. 70년 전(1951년)의 1·4후퇴는 서울을 다시 빼앗기면서 피난민이 부산으로 대거 몰려들도록 한 시대상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우리나라 엑소더스의 대표격이다.

2014년 말 개봉돼 역대 4위인 142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국제시장'은 1·4후퇴 직전인 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항을 탈출해 부산으로 피난한 가족의 삶을 그렸다. 당시 흥남 철수작전에서 10만 명 가까운 피난민이 배를 타고 남한으로 향했다. 영화에서는 어린 주인공(덕수)이 아비규환의 탈출 행렬에 섞여 상선(商船)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하는 장면이 나온다. 1만4000명을 태우고 경남 거제도의 장승포항에 도착한 이 상선은 '단일 선박으로 가장 큰 규모의 구조 작전을 수행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는 이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배경도 흥남 철수작전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바람 찬 흥남부두에/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금순아 어디로 가고/길을 잃고 헤매었드냐/피눈물을 흘리면서/일사 이후 나홀로 왔다/일가친척 없는 몸이/지금은 무엇을 하나/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금순아 보고 싶구나/고향 꿈도 그리워진다/영도다리 난간 위에/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가수 현인이 1953년 발표한 이 노래는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여동생 금순을 그리워하며 굳세게 살아가길 바라는 애절함을 담았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을 통한 엑소더스는 70년 전 흥남항의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배를 통한 탈출이냐, 항공기를 통한 탈출이냐가 다를 뿐이다. 아프간에서 한국에 협조적인 현지인 직원과 가족 등 391명이 어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한때 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벌어졌다. 이들이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지에 남아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들을 방치한다면 도리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신호탄은 1975년 베트남 난민 수용이라고 한다. 인류의 문명은 난민의 이주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우리 조상이 한반도에 정착한 것도 난민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아프간 난민 보호는 시비(是非)의 대상이 아닌, 당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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