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주민자치위원 중에 의외로 많은 젊은이들이 귀농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제는 귀농이 젊은이들에게 그리 힘든 결정이 아니라 생각한다.

굳이 따지자면 젊은이들의 귀농과 은퇴자들의 귀촌은 다르다. 말 그대로 농사일이 경제적 활동이 되어야 귀농이라고 한다. 텃밭 정도 가꾸면서 농촌생활을 하는 것은 귀농보다는 귀촌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50대와 60대의 로망은 귀농, 귀촌을 통틀어서 고향으로 귀농한다는 것이다. 우선 1인 귀농도 늘고 있다. 귀농정책도 가족단위 지원제도에서 1인 귀농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베이비부머라 불리는 60대들은 자식들에게만은 농업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교육열에 도시로 유학을 떠났다. 그들이 혹여 광주로 유학을 갔다면 대학시절에 5·18을 겪었으며 30, 40대에 IMF 칼바람을 겪었다. 역사를 생애에 짊어진 것이다. 이 은퇴자들이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후 고향으로 귀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을마다 빈집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도 귀농열기로 자식들이 부모들이 떠난 생가를 팔지 않고 언제든지 귀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기불황으로 조기 퇴직과 청년 실업을 반영하는 각종 유행어도 생겨났다. 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에 이어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은 옛말이 됐다. 심지어 서른여덟을 경계로 명예퇴직을 준비해야 한다는 '삼팔선'도 생겨났고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고 준비되지 않은 귀농인을 받아줄 만큼 농촌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다. 귀농인들과 관련하여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 출신 도시인들의 U턴은 귀농이지만 귀농인들이 또다시 도시로 U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고향마을로, 자신과 형제들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로 귀농한 사람들은 고향 품에 안겼다는 표현처럼 연착륙하기 쉽다.

10여 년 전에 오로지 인터넷만으로 귀농할 곳을 고르고 인천에서 해남으로 귀농한 IT 전문가인 한 젊은이를 만났다. 첫해는 3500평의 밭을 임대해 해남고구마를 심었지만 인터넷 정보와 탁상머리 계산과 현장은 달랐다. 자신의 인건비도 못 건졌다고 했다. 다음해에는 배추를 심고 배추 절단기도 구입해 절임배추 판매에 도전했다. IT 전문가답게 SNS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통신판매까지 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해남을 떠났다.

'귀농학교'나 '귀농지원센터' 등 귀농을 돕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귀농인들 중에 억대 소득을 내는 이들도 많다는 통계도 나왔다. 도시인들의 U턴 성공사례도 중요하지만 귀농인들의 U턴 실패사례도 중요한 자료다.

몇 해 전에 지면을 통해 '5도2촌'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 적이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5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2일은 농어촌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 이 신조어를 귀농지원정책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5도2촌은 귀농을 위한 예비단계가 될 수 있다.

해남에서는 목포와 남악신도시에서 가까운 산이, 화원면이 5도2촌을 실행하기에 적지라 생각한다. 심지어 관광객도 유동인구라고 표현한다. 주말마다 해남땅에서 텃밭을 일구다 보면 일부는 해남의 고정인구가 될 수도 있다.

귀농인 U턴을 줄이기 위한 여러 처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물론 처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단이다. 대농위주로 바뀌어가는 농기계 임대사업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귀농지원금이나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귀농인들에게 안방을 내놓자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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