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영화배우를 흔히 '은막의 스타'라고 한다. 은막(銀幕)은 영화의 화면이 비추는 영사막으로, 영화계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예전에 화상이 밝아지도록 빛의 반사율이 높은 하얀색의 도료를 칠한 데서 유래한다. 실제 은이 사용되기도 했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지난 4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제93회 아카데미(일명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74살의 나이에 한국이 이제껏 명함도 내밀지 못한 세계 최고의 '은막의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102년의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롭게 작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19년이다. 이후 컬러TV가 본격 보급된 80년대 이전까지 최고의 볼거리였다. 문화생활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했던 60~70년대, 면 단위 시골에서는 천막을 친 임시극장에서 가끔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수명이 다한 필름이 토해내는 화면은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검은 줄이 죽죽 그어졌다. 그렇더라도 맨땅에 앉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는 영화는 동심에 신기함으로 다가왔고 집에 돌아와서도 흥분이 좀체 가시지 않았다. 영화 관람은 유일하다시피 한 문화생활이었다.

해남의 영화 역사도 유구하다. 7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 1950년대 중반에 해남극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10년 뒤에는 중앙극장도 생겼다. 2개의 영화관이 20년 이상 해남의 영상문화를 주도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1980년 안팎으로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이후 1990년대 초반 제일극장이 들어섰으나 이마저 2000년대 들어서 폐관하는 바람에 20년 가까이 영화 불모지로 남았다.

영화관이 해남에서 부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작은영화관인 해남시네마가 다음달 개관될 예정이다. 전남에서는 아홉 번째인 해남시네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해남군의 지원을 받은 소규모 영화관이다. 그런 만큼 지역민에게 영상문화 혜택을 안기는 공익성을 갖고 있다.

해남군의 수탁운영자 공모에 5개 업체가 제안서를 냈다. 심의위원들이 이들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28일 평가를 통해 협상 1순위로 작은영화관(주)을 선정했다. 이 업체는 경기도와 경상도에서 7개 작은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남에는 처음 진출하게 된다.

해남군은 모범사례로 남을 정도로 공정한 심사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응모 업체의 정보를 철저히 감춘 블라인드 심사를 하고 제안설명 순서도 당일 아침에 결정했다. 설명회장에서 심사위원과 업체 관계자의 접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고 한다. 부정이 끼어들 소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앞으로 과제는 작은영화관의 취지를 살려 얼마나 공익성을 갖고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해남군과 수탁운영자의 몫이다. 영화관 운영과정에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 6000~7000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관람료도 군민들에게 부담이 덜 되도록 고민을 거듭해 책정해야 한다.

작은영화관이 이미 들어선 다른 지역 사례에서 보듯 당분간 적자운영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전남지역 일부 작은영화관처럼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아버리는 무책임한 운영도 경계해야 한다. 해남에 영화관이 오랜만에 들어선 만큼 지역민들도 영화관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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