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해남읍·시인 포엠포엠 등단)

 
 

언제 아빠는 앞니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앞니를 새로 하지 않고
지내곤 했는데 앞니 없는 모습을 자랑하며
웃던 아빠가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주변 성화에 못 이겨 앞니를 새로 했다.

언제 아빠는 시간 날 때면
산만 주야장천 타고 다니던 우리 아빠는 
암벽등반을 하고 왔다.
앞으로도 계속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 성화에 못 이겨 그만뒀다.

언제 아빠는 다 자리 잡으면
캠핑카를 사 여행 다닌다고 했다.
그러나 시험 며칠 전 아들이 집에 찾아왔다.
시집 하나를 들고,
안방에서 자고 있던 우리 아빠는
다음날, 다정히 날 부르며 고생했다고 했다.

아빠는 집에 공간이 없다.
그래서 홀로 있고 싶을 때면 아빠는
어느 순간부터 아빠 없이도
잘 지내온 것처럼 보이는
우리 아빠는 익숙하게 사무실로 간다.

언제 아빠 무릎에 앉아 있었는데
아빠가 턱수염으로 내 손등을 비볐다.
까끌까끌했다.
어떻게 턱에서 수염이 나오는 거지?
신기하고 웃겼다.

지금은 나 혼자서도 손등을 비벼볼 수 있다.
까칠까칠한 숨소리만이
작게 새어 나와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늘과 바다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들 때
아빠, 하고 부르면 조금 더
씁쓸해도 될 것 같다.

이젠, 더는 나아갈 수 없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아빠, 하고 부르면 조금 더
외로워도 될 것 같다.

어쩌지 못하는 바람이
종일 불어오는 언덕 위의 나무 앞에서
아빠, 하고 부르면 조금 더
생채기가 나도 될 것 같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비행기가 남긴 구름이 보인다.
나는 한때 비행기를 타고
천장을 하늘 삼아
날아다니던 적이 있었는데…

바다를 보고 있으면
고래가 남긴 물결이 보인다.
나는 한때 고래를 타고
냉탕을 바다 삼아
가로지른 적이 있었는데…

가만, 가만
아빠, 하고 불러본다.
그래, 조금 더 잘 자라나야지.

바다는 어깨 
하늘은 얼굴

시야가 넓고 또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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