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시민사회단체가 어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5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성명에서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종식되고 평화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는 연대 인증샷 캠페인과 모금운동도 해나가기로 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이 41년 전 광주와 해남 등 전남 일원을 무대로 한 5·18민중항쟁과 시공(時空)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과정으로 진행되면서 동병상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미얀마의 현대사에서 정치군인들의 궤적은 일란성 쌍둥이를 떠올린 만큼 닮은 점이 많다. 19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 1년 후 그들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50년 이상 통치했다. 그들은 2008년 헌법을 고쳐 의석의 25%와 3개 부처(치안, 안보, 국방) 장관을 군부가 지명하도록 명문화했다. 1972년 공포된 유신헌법이 유신정우회(유정회)를 만들어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추천하도록 한 것과 흡사하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요인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한 아웅산 수치 고문의 정당이 군부 지명 의석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겠다고 한 때문이다. 이 또한 박정희의 아바타인 전두환이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옛 그림이 떠올려진다. 전두환이 1983년 외국 순방길에 애초에 없던 미얀마(당시 버마)를 포함시킨 데는 당시 네윈이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에도 실권을 유지하자 '상왕 정치'를 배우려는 생각이 자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얀마 군부 독재의 행적을 보면 이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벤치마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쿠데타에 맞서는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만행도 빼닮았다. 정예부대(우리나라는 공수여단)를 투입해 집단 발포하고 소총 개머리판이나 곤봉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다. 외부 개입설도 퍼뜨린다. 잔혹한 진압은 어쩔 수 없는 자위권 행사라고 우긴다. 언론을 통제하고 시위대를 폭도로 치부한다. 다행스럽게 미얀마 시위대는 휴대기기로 촬영한 영상을 SNS를 통해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외롭지만은 않다. 5월의 광주는 외부와 단절돼 고립무원에 빠졌다.

화산 출신인 김준태(73) 시인은 광주에서 고교 교사로 근무하던 80년 당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언론에 게재해 해직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 '미얀마에서 제비가 날아온다!'라는 시로 아픔을 함께 했다. '제비가 날아온다/자기의 종족을 자기의 민족을 자기의 국민을/총칼로 죽인 자는 총칼로 멸망하리라///총구멍에서 나오는 정의는/독사의 혓바닥에서 나오는 독(毒)에 다름 아니다//아무도 미얀마의 하늘을 빼앗을 수 없다//' 이 시는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시를 통해 미얀마 시민들과 펼치는 연대의 일환이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5개국은 인도와 차이나(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이들 두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인도차이나 국가라고 한다.(넓은 의미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미얀마는 군부독재 뿐 아니라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닮았다. 인도차이나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 말과 어순이 똑같고, 몽골반점도 흔하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번 진통이 민주화라는 '옥동자'를 낳는 과정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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