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며칠 전 오전에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노트북을 펼쳤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드르륵 닥닥' 소리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 창문을 자주 열어놓으니 밖의 소리가 그대로 들어오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그 고통이 더 크다. 창문을 닫으려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가림막을 치고 짓고 있었던 작은 영화관과 청소년복합문화센터가 외부 공사를 끝내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해남군민들이 잠깐이라도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청소년들이 놀고 쉴 수 있는 곳이라 어떤 위용을 뽐내며 모습을 드러낼지 너무 궁금했었다.

창가에 서 한참을 바라봤으나 별다른 감흥도 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와 도색이 비슷하니 그 아파트의 부속 건물처럼 보였다. 쳐다보던 시선을 접어 돌아섰다. 해남 군민의 바람을 모두 담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건물을 기대했다. 내용은 형식 속에서 풍부해지고 형식은 내용을 통해서 찬란해진다는 진부한 문구가 생각났다.

놀 것과 놀 곳을 찾아 해남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코로나 이전에도 주말에는 해남 읍내가 텅 비었다. 해남 작은 영화관은 그네들의 발길을 돌려 잡을 수 있는 공간일 거다. 무료한 주말에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장이 될 거다.

영화관이 장흥, 완도, 진도에도 있는데 해남은 없어서 후지다는 불만이나 투정을 더 이상 듣지 않게 할 거다. 해남의 작은 영화관이 해남 군민의 삶에 가져올 변화가 설레게 기대되는데 이런 바람을 건물이 담고 있어 표현되었기를 바랐나 보다.

곧 개관할 것이라는 해남 작은 영화관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잠시 실망을 접고 가만히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고민하다 건물의 명칭에는 지역도 표시되어야 하고 해남 군민의 바람 등이 들어가야 하겠기에 먼저 어떤 영화관을 원하는지 이제야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해남 작은 영화관의 부지가 선정되어 공사가 시작될 때부터 지켜봤지만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왜일까? 타율에 익숙하고 자율의 경험이 드물어서 주어진 것만 받아 쥐는 습관 때문이라거나 군민의 역량을 믿지 못하여 독단적인 일처리에 익숙한 행정 때문이라면 궁색한 변명이 되려나.

주로 상업적인 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CGV나 작은 롯데시네마 같은 영화관인지, 아니면 예술영화전용관인 광주극장 같은 영화관인지. 물론 우리 영화관은 두 종류를 다 보여줄 거다. 그러나 그 영화는 누가 선정할까?

해남다운, 해남다울 영화관을 만들 운영 주체가 부끄럽지만 이제야 궁금하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니 이후에라도 지속적으로 전 군민적 논의가 진행되어 참가를 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지금 우리 해남은 작은 영화관뿐만 아니라 로컬푸드 사업, 도시재생뉴딜, 주민자치 등의 사업이 시작되었거나 시작될 것이다. 해남 군민이 지속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긴 군정의 공백 때문에 우리 지역 해남에선 모두 처음 하는 일이다. 하여 자율의 탈을 쓴 타율적 통제와 불신에 둘러싸여 군민과 행정 모두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서로 신뢰하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어깨 걸고 함께 가면 된다.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은 무슨 일이든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가 어렵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제대로 시작하지 않으면 반이나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하니 시작에 만전을 기하라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여기 해남은 민과 관이 2인 3각 경기 중임을 서로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주민자치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기 전 지금, 행정이 군민을 들러리 세우지 않고 동반자로 함께 갈 때 해남 군민의 삶이 찬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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