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해남종합병원 2내과 과장)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담배이다. 기침으로 오는 환자, 호흡곤란으로 오는 환자, 폐렴으로 입원할 환자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담배를 피우냐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담배를 피울 경우 당연하게도 금연하라고 권유를 한다. 물론 정말 금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기 때문에 최소한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만이라도 참아보도록 말해보지만, 대부분 담배를 참지 못한다. 호흡곤란, 기침으로 불평하면서도 담배를 손에 놓질 못하는 것을 보면, 담배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왜 담배를 끊지 못할까? 담배의 성분 중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에 대해 생각해보자. 일단 니코틴은 흡수 후 1~2시간 지나면 절반 이상이 배출되고, 8시간이 지나면 90% 이상이 제거된다. 3일 이상이면 완전히 몸에서 사라져 검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기간, 니코틴이 몸에서 배출되면서 사라져가는 기간이 금단현상의 정점을 찍는, 가장 참기 힘든 순간이 된다. 3일이 지나면 니코틴이 없는 몸이 되어 적응 및 회복을 시작하게 되는데 불안, 초조 등의 금단현상도 서서히 감소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3주 이상 금연이 지속되면신체적인 의존도는 거의 사라진다. 과다한 니코틴에 적응하여 뇌의 니코틴 수용체가 늘어나 있다가 금연에 의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 기간이 약 3주 걸린다고 이해하면 된다. 즉 3주가 지나면 뇌의 니코틴 수용체는 정상으로 돌아와 신체적인 의존도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3주를 버티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의지만으로 끊으려고 시도를 한다. '콜드 터키'라는 명칭도 있는데, 대체 약물, 상담 등의 도움 없이 단칼에 끊는 방법이다. 이런저런 말도 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금연 유지율은 확실히 높으나 성공률은 가장 낮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며,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서 의지만으로 금연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방법은 의약품의 도움을 빌리는 방법이다. 바레니클린(챔픽스)은 니코틴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달라붙어 흡연 욕구를 줄여주는 약품으로, 금연 성공률을 33%까지 올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지만으로 끊는 방법의 성공률이 5% 남짓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성공률이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거기다 금연이 사회적 대세가 되면서 국가에서 치료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복용시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의약품의 도움만으로는 불충분할 것이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 거기다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도 당연히 필요하다. 술은 금연 의지를 약화시키므로 술자리는 피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고, 식사 후 양치질을 자주 하는 등 생활에도 금연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3주를 버티면 일단 이론적으로 금단현상은 사라진다. 그 다음부터는 이제 금연을 유지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담배 중독이 그리 단순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몸이 담배를 요구하지 않아도 마음이 담배를 요구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적으로 담배를 다시 입에 물게 되기도 한다. 담배의 금단 증상도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사람은 쉽게 끊기도 하고 10년 이상 끊었다가 다시 줄담배를 피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차 금연에 성공했다 하더라고 결국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역시 금연의지에 달려있다. 금연이란 끝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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