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교육참여위원장)

 
 

자라는 아동 청소년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왜 중요한가?'에 대한 고개 끄덕여지는 설명을 만나본 적은 별로 없었다.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남녀의 이치는 때 되면 절로 알게 되는데 호기심과 힘이 넘치는 한 참 때의 학생들에게 음심이나 조장하는 건 필요 없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성에 관한 암흑의 시절이 있었다.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독재와 결합된 유교적 문화가 통용되었던 70년대까지 '남녀칠세 부동석'은 일상이었다.

학교는 해남중과 해남여중, 해남고와 해남여고로 나뉘어 설립되었고 초등학교에서 남·여를 한 책상에 짝꿍으로 앉히는 걸 따지고 문제 삼는 경우도 많았다.

모든 이성교제는 교칙에 처벌 조항이 명문화되었고 이성에게 연애편지만 보내도 정학 처벌을 받아야했다. 성에 대해선 질문도 금지되고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궁금해 하는 것까지 터부시 되었다. 성은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것이라고만 말하고 가르쳤다.

인격을 수양해 성에 대한 궁금증과 모든 욕망을 억누르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90년대에 들어서야 학생들에게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겨우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학교의 성교육은 순결교육이 중심이었다. 특히 여성의 정조가 중요하게 강조되었다.

청소년의 일탈이 심각해지고 음란물이 퍼져나가는 세태 속에서 이를 막기 위해서 올바른 성지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건전한 이성교제'라는 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때야 성교육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제대로 알게 해야 하고, 피임원리와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타났다.

이 주장이 일반화되어 현재의 성교육은 피임교육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성교육은 순탄치도 않고, 학생들의 성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남의 모 학교에서 교사가 성교육을 위해 바나나와 콘돔을 실습교육 자료로 준비했다가 학부형들의 반발로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성에 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한탄이 절로 나왔다.

덴마크의 유명한 성교육 연구가의 저술인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자가 일선학교에서 회수되고 있다. 어느 국회의원이 성관계를 장려하는 책 아니냐며 문제 삼았고, 언론이 이를 받들고 나서자 여성가족부는 이를 회수하겠다고 물러섰다. 아동 성교육에 관한 세계적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책을 금지시키는 게 우리나라 성교육의 현실이다. 씁쓸하다.

유교적 성 억압의 역사는 조선 오백년 동안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지엄하게 관철되어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했다. 이 성리학적 가치가 30여년 만에 싹 자취를 감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구한 성 억압의 역사 때문에 바른 성교육의 필요성은 더 크다고 말해야 옳다. 우리사회는 성교육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었다. 앞서 말한 학부모도 국회의원도 성교육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배운 바도 아는 바도 없었을 것이다.

지면상 할 말을 다 못했지만 성을 금기시하고 억압적으로만 다룬 건 동서고금 예외 없이 부당한 지배세력의 전략이었음을 우선 말하고 싶다. 박정희 독재 시기, 전두환을 넘어서면서 성교육은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는 확인된다.

<다음 회차에 하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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