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세월은 흔히 세대(世代)의 신·구 교체 주기를 뜻한다. 30살 즈음에 대를 잇는 자손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60년대 처음으로 개념이 등장한 세대 차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 드러난 문화적 차이를 의미했다. 요즘에는 사회변화의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면서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세대 차이는 이젠 개인이나 집단 간의 서로 다른 경험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행동양식이나 가치관을 뜻한다. 그럼에도 한 직장에서 세대 차이는 생물학적 나이인 30살의 간격에서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신·구세대의 차이는 이렇다. 야근에 앞서 "저녁 뭐 시켜줄까"라는 상사의 말에 신세대는 "퇴근시켜주세요"라고 한다. 영국 BBC방송의 '오늘의 단어'에 소개된 '꼰대(권위적인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도 구세대의 특징을 비아냥하는 말이다.

그럼 한 세대의 주기인 30년 이전과 이후로 시간여행을 해본다. 먼저 30년 전인 1990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금도 우리에겐 부러움으로 남아있지만, 동독과 서독이 '어찌어찌하다' 통일이 됐다. 통일 과정이 전혀 의도되지 않는 출발 선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류사를 보면 이보다 더 역사적인 '사건'이 있다. 바로 웹(Web)의 탄생이다. 거미줄을 뜻하는 웹은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WWW )의 줄인 말이다.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정보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다. 덕분에 우리는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몇 번의 클릭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 웹이 아니었다면 다른 세상이 펼쳐졌을 것이다.

국내 정치를 얘기할 때 지금도 회자되는 사건이 있다. 3당 합당으로 221석의 '공룡 여당'이 태어난 것이다. 일제강점기 종로를 주름잡던 김두한의 이야기를 다룬 '장군의 아들'은 최대 흥행기록으로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를 세웠다.

그럼 30년 후인 2050년의 사회는 어떻게 바뀔까. 가장 큰 변화는 특이점(特異點·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의 주인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봇)가 된다. 영화 '아바타'처럼 인간의 뇌는 로봇과 연결돼 생각만으로 로봇을 작동하는 일도 벌어진다. 도로에서는 자율자동차, 공중에서는 항공자동차가 누비게 된다.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남한)는 3500만명으로 추락한다. 지금의 초중고교는 80%가 증발하고, 대학 졸업장의 의미는 사실상 사라진다. 인간은 '밥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게 된다.

그동안 강산이 세 번 바뀌었다는 30년 전 해남으로 시계추를 돌려본다. 당시 해남 인구는 13만4300명. 올해 5월 말 현재 6만96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수세(水稅) 폐지와 농지개량조합(농조·한국농어촌공사 전신) 해체운동이 지역의 이슈였다. 양담배 추방운동도 거세게 일었다. 곧 찾아올 지방화 시대는 화두였다. 그리고 1년 후인 1991년 전국 기초·광역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31년 만에 실시됐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해남신문이 태동했다. 지방화 시대를 앞두고 지역 문제는 스스로 찾아 해결하자는 시대적 외침이 컸다. 이를 자양분 삼아 출발한 해남신문은 그동안의 숱한 역경을 뚫고 오늘로써 지령(紙齡) 1457호를 맞았다. 30년 전 '군민의 눈과 귀, 입이 되겠다'는 다짐을 겸허히 되돌아보게 된다. 그 초심으로 새로운 30년의 긴 항해에 나선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